최근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인 ‘사이버플래싱(cyberflashing)’이 확산 중이라 우려스럽다. 이는 SNS를 중심으로 나체 사진이나 영상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다. ‘바바리맨’이 온라인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셈인데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디지털 성범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8일 여성가족부의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등을 통해 성희롱을 당하거나 성적 촬영물을 일방적으로 전송받은 피해자는 2018년 251명에서 지난해 500명으로 5년 사이 2배가 됐다. SNS 메시지를 열었다가 누군가 보낸 남성의 나체 사진에 화들짝 놀라거나, 주변 휴대기기의 근거리 무선파일 공유 시스템을 통해 원치 않는 음란사진 등을 전송받는 식이다.
딥페이크가 지인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지인 능욕이라면 사이버플래싱은 ‘묻지마 폭력’에 가깝다. 흉기를 소지한 성범죄자가 온라인을 휘젓고 다니는 셈인데 어린이 청소년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정작 처벌이 어려워 걱정스럽다.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있지만 쉽지 않다. 메시지 발신자를 추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처벌 수위도 낮다.
가해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장난처럼 과시하듯, 상대방의 수치심을 유발해 성적 자극을 얻고자 한다. 이런 행위가 더 큰 범죄로 발전하지 않도록 성교육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외신은 최근 한국을 가짜 성 착취물을 생성·유포하는 문제의 진앙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런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라도 전방위로 번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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