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속 복음의 통로’ 직장인예배가 한국에서 시작된 지 55년이 됐다. 과중한 업무가 일상이 된 ‘피로사회’ 한복판에서 직장인예배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쉼을 선사하는 휴식 같은 예배이기도 하다.
한국의 첫 직장인예배는 1969년 9월 5일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드려진 ‘금요 직장인 성경공부’가 효시다. 당시 이 교회 부목사였던 박조준(90·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설립자) 목사가 처음 제안한 모임이었다. 10명 남짓 출발한 성경공부 모임은 예배로 전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락교회 직장인예배는 오는 11월 1일 55주년 기념예배를 드린다.
직장인예배의 바통은 1978년 남대문교회가 이어받았다. 이후 종교교회(1980년) 서소문교회(1983년) 정동제일교회(1984년) 새문안교회(1985년) 등이 잇따라 직장인을 교회로 초청했다. 이들 교회 모두 기업체와 관공서,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박조준 목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유학할 때 몇몇 교회들이 직장인을 초청해 ‘금요 정오 기도 모임’을 갖는 걸 보고 한국에 들어가면 꼭 해보고 싶었다”면서 “귀국해서 직장인들을 보니 업무에 지치고 스트레스는 풀 데가 없고 영적 쉼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경험한 대로 잠시라도 말씀 안에서 쉬게 하고 싶어 직장인 성경공부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목사는 “교회 바로 앞에 쌍용그룹 본사가 있었고 이밖에도 크고 작은 기업이 많아 초창기부터 꽤 인기가 좋았다”면서 “무엇보다 직장인들이 교회 마당을 걸으면서 복음 안에서 교제하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 초창기 이 모임에 왔다가 결혼한 이들도 있고 목사가 된 예도 있다”고도 했다.
반세기를 훌쩍 넘은 직장인예배의 역사는 헌신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쌍용그룹에 근무하던 1981년 영락교회 직장인예배 찬양팀을 꾸린 뒤 지금까지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지금은 직장인예배를 준비하는 교회를 위한 컨설팅도 하며 일터 복음화에 힘쓰고 있다.
이 소장은 “직장인예배가 빛나는 건 지친 직장인들에게 영적인 위로와 격려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점심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교의 블루오션’인 직장인예배는 참석자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 예배와 함께 교제에도 역점을 두면서 예배 공동체로 키운다면 주중 교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경준 전 한경BP 대표는 서울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 직장인예배에 1996년부터 참석하고 있다. 지금도 직장인예배 찬양대 대장으로 봉사하며 후배 직장인들을 돌보고 있는 그는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매주 270여명의 직장인이 함께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말씀에 목말라한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직장인예배의 역할과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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