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39)가 미성년자 성착취물 유포 등 각종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28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예비기소됐다. 두로프는 범죄조직의 마약 등 불법 온라인 거래를 공모하고 이와 관련한 당국의 수사 요청을 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두로프는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50만 유로(약 7억4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게 된다.
프랑스 검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로프가 사이버 범죄 수사의 일환으로 정식 조사를 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파리 검찰청의 로르 베쿠아 검사는 “텔레그램은 2013년 출시 이후 아동 음란물, 마약 밀매, 온라인 인종 혐오 선동 등의 수사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으나 수사 요청에는 무응답이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예비기소는 수사판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내리는 조치다. 예비기소된 피의자는 수사판사의 추가 조사를 통해 본기소 여부를 판단받는다. 본기소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두로프는 500만 유로의 보석금을 내고 매주 두 번씩 경찰서에 출석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받았다.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도 내렸다.
두로프의 변호인인 다비드-올리비에르 카민스키는 이번 기소가 “터무니없다”며 “소셜미디어 대표가 메신저에서 발생하는 범죄 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은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유럽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소의 결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책임 관련 논의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정부가 플랫폼 내 콘텐츠에 대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며 “지난 10년간 인터넷 자유주의자들의 영웅이 된 두로프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크 업계의 자금 지원을 받는 워싱턴 소재 기술정책연구소의 새라 오 램 선임연구원은 두로프 체포와 기소가 소셜미디어 업계 전반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엑스(옛 트위터) 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계정에 ‘#freepavel’(파벨을 석방하라) 해시태그를 달며 프랑스 사법 당국을 비난했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와 함께 2013년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텔레그램은 철저한 암호화로 비밀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앞세워 세계적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나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 검찰은 지난 2월 미성년자 성착취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 신원 정보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지난 3월 두로프 형제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두로프는 지난 24일 전용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에서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 도착한 직후 체포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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