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통합과 상식을 역설하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외교 기조를 두고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게 아첨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화려한 ‘대관식’을 마친 해리스 부통령은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의 미래를 놓고 75일간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법치주의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평화로운 권력 이양 등 미국의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며 “우리를 하나로 묶는 대통령이 되겠다. 이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로서 나는 자랑스럽게 ‘국민을 위한 카멀라 해리스’라는 말을 했다”면서 “국민을 대신해 정당·인종·성별·언어에 상관없이, 나처럼 힘들게 일하고 꿈을 위해 살아온 사람을 위해 그들의 역사가 새겨져야 하는 모두를 대신해 나는 후보 지명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분열과 냉소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신세계로 나아가는 장을 여는 기회를 잡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당파 문제가 아닌 미국인으로서의 문제”라며 “트럼프는 진지하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를 백악관에 다시 들여놓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그에게 형사 기소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여한 상황에서 그가 가지게 될 힘을 상상해 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외교 정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의 동맹 기조를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크라이나, 나토 동맹과 함께 단단히 서겠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옹호할 것”이라면서도 “가자지구에서 고통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인이 존엄성과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기 한반도 정책을 복기하며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게 나는 아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독재자)은 아첨과 호의로 그(트럼프)를 조종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수락 연설 요지는 통합과 상식, 중산층, 가족으로 요약된다. 여성과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대신 보편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내세운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당내 핵심 인사들과 일반 당원의 전폭적 지지를 확인한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까지 중도층·경합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시카고=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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