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의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의 중심 역할을 해온 컬럼비아대의 네마트 샤피크(사진) 총장이 사퇴했다. 그는 대학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진영 사이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논란으로 사퇴한 아이비리그 총장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리즈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올해 1월에는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사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샤피크 총장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른 견해를 극복하기 어려웠던 혼란의 시기다. 이 시점에서 제가 물러나는 것이 컬럼비아대가 앞으로의 도전을 헤쳐 나가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영국 외무부와 함께 국제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과 역량 향상 방안을 검토하는 일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총장이 정해질 때까지 임시 총장직은 카트리나 암스트롱 의과대 학장이 맡는다.
샤피크 총장은 아이비리그 명문 사학인 컬럼비아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지난해 7월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컬럼비아대 내에서 일어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처리하는 방식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샤피크 총장은 올해 4월 캠퍼스 내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력 투입을 요청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100여명이 무더기로 연행됐고, 이런 방식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에 나선 학생들을 경찰이 강경 진압한 사건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일부 학생들이 캠퍼스 내 해밀턴홀을 점거하는 등 시위는 더욱 거세졌고 다른 대학으로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퍼졌다.
샤피크 총장은 해밀턴홀 점거 당시에도 경찰 투입을 요청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인문과학부 교직원들이 “학문의 자유를 전례 없이 침해했다”며 총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반면 친이스라엘 성향의 기부자 등은 컬럼비아대가 유대인 학생 보호에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인 로버트 크래프트는 상황이 바뀔 때까지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일부는 총장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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