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350억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부적정 대출은 지난해 3월 손 전 회장이 퇴임한 뒤에도 이뤄졌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지난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친인척이 대출금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법인·개인사업자에게 총 616억원(42건) 규모의 대출이 실행됐다고 11일 밝혔다.
이중 350억원(28건)은 심사와 사후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로, 269억원(19건)에서 부실이나 연체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부동산의 실거래가보다 매매가격을 부풀린 허위 매매계약서를 제출했음에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은행의 한 영업점은 또 대출금을 본래 대출 신청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유용한 이력이 있는 법인에 본점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전결로 대출했다.
손 전 회장이 지주 회장에 취임하기 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은 4억5000만원(5건)에 불과했다. 그는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해 2019년 1월부터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맡았다.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해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후에도 부적정 대출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부적정 대출은 모 지역본부장의 주도로 이뤄졌다. 은행은 지난 1~3월 자체검사를 거쳐 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 8명에 대해 면직 등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 징계 대상에는 해당 본부장 휘하의 영업점 직원과 대출 사후관리에 소홀했던 본점 직원이 포함됐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금감원은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차주 및 관련인의 허위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을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여신심사 소홀 등 부적절한 대출 취급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부실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 처리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여신 심사 절차 강화, 여신 감리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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