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불러온 이커머스 업체들의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겸영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 돈을 ‘쌈짓돈’으로 사용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티메프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정산대금에 접근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제도 개선 방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커머스 업체가 PG를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에스크로’ 서비스 의무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에스크로는 은행 등 제3자가 결제대금을 보관하다가 물품 배송이 완료되면 판매자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 문제의 핵심은 티메프가 2차 PG사로 들어온 판매(정산)대금을 마음대로 유용한 것”이라며 “이를 차단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낸 돈을 일정 기간 맡아 뒀다가 입점 업체에 정산하는 PG업을 겸영하기도 한다. 티메프는 모회사인 큐텐이 두 회사를 인수한 후 이들 회사를 2차 PG사로 등록했다. 보통 지급 결제 단계는 ‘소비자-카드사-PG사-판매자’인데, 여기에 티메프가 PG사와 판매자 사이에 2차 PG사로 낀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판매자들의 대금을 티메프가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판매대금 보관 방식이나 정산 주기에 관한 법 규정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티메프는 40일 이상 정산대금을 묶어뒀다가 판매자에 지급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회에서 티메프 정산대금을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 인수자금으로 썼다고 인정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구 대표는 (티메프의) 결제 기능으로 대금이 파킹된다는 점을 잘 알았다. 법 미비점도 알았을 것”이라며 “이걸 악용해 마음대로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 당국이 PG 감독·규제, 이커머스와의 분리 등 제도 개선점을 마련 중이지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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