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된 것으로,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22대 국회 들어 두 달 동안 야당은 탄핵안을 7번이나 발의했다. 탄핵은 그 필요성과 정당성이 엄격하게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략적인 이유로 남발되고 있으니 우려스러운 일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2일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총 투표수 188표 중 찬성 186표로 가결됐다. 취임한 지 하루 만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다시 하루 만에 통과된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말처럼 사람이 단 하루 만에 탄핵당할 만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 회의를 열고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방통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체 기구인데, 국회 추천 위원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2명(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물론 이 위원장이 취임 당일 기다렸다는 듯 정부·여권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인 공영방송 이사 추천·선임안 결의를 마친 것은 무리이긴 했다. 그렇다고 탄핵까지 당할 만한 일인가. 더구나 법원은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인정한 바 있다. 불법 행위를 했다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탄핵안을 통과시킨 건 어떻게든 공영방송을 우호적인 세력으로 두기 위해서일 테다. 먹고사는 민생과는 상관없는 여야의 방송 쟁탈전 와중에 정치 탄핵까지 나오게 됐다.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이 위원장을 비롯해 방통위원장 2명, 검사 4명,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까지 탄핵 소추를 이어가고 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된다. 이 위원장은 자진사퇴했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헌재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그때까지 몇 달간은 방통위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국민 일상에 영향을 주는 방송 현안은 손도 못 대게 된다.
헌법상 탄핵 소추는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 그만큼 공직자 탄핵은 엄중한 일이다. 탄핵은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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