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24일 여야 대치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과 ‘방송 4법’을 25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여권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중단을, 야권에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및 방송법 입법 중단을 요청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여당이 거부해 합의가 안 되자 이같이 결정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 변화가 없다면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을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본회의에 안건으로 제출됐기 때문에 처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여당은 그간 국회 운영에서 대화와 타협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막상 의장이 고심 끝에 제시한 중재안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 “야당 안이 마뜩잖으면 정부가 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외면하고 거부했다.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주치지 않는 손뼉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시간을 끄는 것 외에 법안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행 처리된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뒤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되면 표결에 나설 전망이다.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통위법 등 4개 법안에 대해 각각 토론하고 표결하면 최소 4박5일이 걸리기 때문에 주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채상병 특검법이 먼저 상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제3자 추천 특검’을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된 것을 계기로 여당 내 분열과 이탈표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채상병 특검법은 재표결 요건(재적 과반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된다.
여야는 표 대결을 벌일 상황에 대비해 국회 비상 대기령을 내려둔 상태다. 이 때문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파리올림픽 개막식 참석 일정을 비롯해 해외 출장이 줄줄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당초 25일 본회의에 올리려 했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2·3조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면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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