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산모 A씨는 지난달 산후조리원 퇴원을 앞두고 자택 인근 보건소에 유축기 대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예약이 꽉 차서 8월에야 대여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A씨는 다른 보건소에도 문의했지만 보건소 관할 지역 주민이 아니어서 대여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B씨는 이달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B씨는 가까운 보건소에 유축기 대여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이 보건소에는 유축기 대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B씨는 “산모가 사설업체에 돈을 내고 유축기를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축기는 출산 후 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는 산모가 모유를 짜내는 것을 돕는 용품이다. 유축기 한 대는 수십만~수백만원에 판매된다. 산모에게 유축기가 필요한 기간은 최대 1년 정도다. 고가의 유축기를 사는 대신 보건소에서 무료로 대여해 쓰는 산모들이 많다.
하지만 유축기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중고거래가 금지돼 있다. 유축기를 사기 어려운 산모는 결국 사설업체에서 기기를 대여하거나 지인 등에게 물려받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1년 각 지자체 보건소가 유축기를 산모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각 보건소를 통합해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한 보건소에 유축기가 부족할 경우 다른 보건소로부터 넘겨받는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유축기 대여 신청자가 몰린 일부 보건소에는 대기 인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축기 대여 기간도 보건소마다 차이가 크다. 최대 6개월까지 기기를 빌려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여 기간이 2주밖에 안 되는 곳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출산 1개월 이내 산모를 대상으로 전동 유축기를 1개월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
사설업체에서 유축기를 빌리는 경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업체를 통해 유축기를 대여하려면 1년간 최대 30만원가량이 필요하다. 각종 육아용품 구매가 필요한 시기에 유축기 대여 비용은 산모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유축기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여 사업을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산모가 직접 유축기 비축 현황을 보건소에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축기 대여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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