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잘 팔려서 좋고 행복한 고민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투자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반도체)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최태원(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막대한 설비투자 보조금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미국, 일본처럼 우리 정부도 세제 외에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19일 대한상의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을 계기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시장에서 계속 성능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최근 팹(생산공장) 하나를 짓는 데 20조원 가량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이러다가 배터리와 똑같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이 안 일어나리라는 법이 없기에 이런 것을 잘 넘어갈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계에서 법안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업 승계란 무엇인지부터 기업별 상황에 맞춘 디테일이 부족하다”며 “고민을 좀 더 해서 가능한 한 기업을 좋게 잘 만들고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상속세가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주도권에 대해선 “AI 인프라에서 뒤처지면 우리는 공동화하고 다른 곳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를 이해하고 관련 사업을 하려는 ‘AI 워리어(Warrior·전사)’들이 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며 “그 전사들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끄는 좋은 씨앗이자 묘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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