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우군 역할을 해온 낸시 펠로시(아래 왼쪽 사진) 전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재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끝나기까지 판단을 미루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내 영향력 있는 영화계 인사로 꼽히는 배우 조지 클루니(아래 오른쪽)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를 촉구하면서 후보 교체 문제를 둘러싼 당내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펠로시 전 의장은 10일(현지시간) MSNBC ‘모닝 조’ 프로그램에 출연해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며 “시간이 촉박해 우리는 그가 그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사랑받고 존중받는 대통령이며, 사람들은 그가 결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펠로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지를 굳힌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엇이든 결심한 대로 하기를 바란다. 그가 결정하면 우리는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그가 나토 정상회의를 우선 마무리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이번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지켜보기까지 여러분이 무엇을 원하든 그것을 테이블에 올려놓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의 발언은 후보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바이든의 발언과 결이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 전에 같은 프로그램에서 “내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를 상대로 출마를 선언하고 전당대회에서 나에게 도전하라”고 말하는 등 레이스 완주 의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펠로시의 발언을 두고 “바이든이 재선 도전 문제를 놓고 재고할 시간이 아직 존재한다는 강력한 공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펠로시는 바이든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단언한 것은 아니지만, 레이스에 남기로 한 결정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84세로 바이든보다 두 살 많은 펠로시는 그동안 바이든의 고령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바이든의 또 다른 버팀목이던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후원자들과의 사적 만남에선 바이든 이외의 후보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당 핵심 인사들이 바이든의 거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악시오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펠로시 전 의장과 함께 슈머 원내대표는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설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스타 클루니도 이날 NYT 기고에서 “바이든이 지난 4년간 마주한 전투에서 여러 번 이겼지만, 그가 이길 수 없는 전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나는 바이든을 사랑하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으로 11월(대선)에 이길 수 없다. 우리는 하원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고 상원에서도 질 것”이라면서 “댐은 이미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클루니는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해 민주당 역대 대선 캠페인 중 최대 규모인 2800만 달러(386억원)를 모금하는 것을 도왔다. 클루니는 그 행사 때 바이든은 2010년, 2020년의 모습도 아니었다며 “우리가 모두 토론에서 목격한 것과 같은 남자였다”고 지적했다.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도 “클루니의 주장은 타당하다. 민주당에는 거물급 선수들이 많다”고 지적했고, 영화감독 로브 라이너도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펠로시의 언급대로 민주당이 나토 정상회의를 지켜본 뒤 퇴진론을 다시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민주당에선 공개적으로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요구한 하원의원이 9명으로 늘었다. 리처드 블루멘탈, 피터 웰치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바이든의 패배 가능성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정치인 다수는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바이든이 완주 의사를 재고하도록 암시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측근인 마이크 도닐런, 스티브 리케티 수석고문과 젠 오말리 딜런 선거운동위원장을 의회로 보내 의원들 설득에 나섰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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