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진행하며 늘 내담자에게 묻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입니다. 이는 곧 그분의 진심을 묻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 질문에 정말 몰라서 대답을 못 하기도 하고, 알아도 쭈뼛쭈뼛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이런 일은 교회에도 사회에도 참 많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위험하게만 느껴지는 혼란스러운 시대 지금 우리네 삶은 내가 정말 원하는 나만의 진심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모호하게 적당히 어정쩡하게 얼버무리듯 자신의 진심을 슬쩍슬쩍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점점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고 왜곡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두가 하는 일, 모두가 입는 옷, 그 시대의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예수님의 멋진 제자 베드로를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베드로는 오늘 제가 이렇게 강조하고 있는 ‘진심’을 감당할 줄 아는 예수님의 제자였습니다.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주를 버리지 않겠나이다,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라는 베드로의 말에서 저는 그분의 진심을 봅니다. 그 말이 혹시 잘못되더라도, 그게 혹시 나에게 독이 되는 말이 될 수 있을지라도, 그 말이 예수님께조차 부정되는 말이었음에도 그는 그 수많은 염려와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 자신의 진심을 말로 표현해 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베드로는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 진심을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이후에도, 나를 사랑하느냐 세 번이나 물으시는 예수님의 질문에 대답할 때도 베드로는 언제나 예수님께 진심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그 진심은 때로는 삶의 거친 풍파에 묻혀 버리게 되고, 나약한 몸과 마음으로 인해 결국 이루지 못하고 마는 공언이 되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해주고 싶었던 그 진심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부딪혀 절망하기도 합니다. 그걸 이루지 못하게 되어 가슴 아파 눈물 흘리게 하고, 결국 거짓말이 되어버린 결과에 사람들의 매서운 시선을 견디기도 해야 하며 왜곡과 오해에 마주할 한마디 변명도 할 수 없는 수치를 겪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이 두려워 결국 내 마음속 뜨거운 진심을 지금 여기서 표현하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그렇게 당당히 말해놓고도 결론적으로 여종 앞에서 예수님을 부인한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지금 자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저는 진심 멋지고 부럽습니다.
그 옛날 남편이 그토록 나만을 사랑하겠다 말하는 진심을 믿고 결혼했지만, 그 진심이 모두 이루어지는 부부는 없습니다. 아니 사실 반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그때는 가슴 떨리도록 마음속 뜨거운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이, 그 소중한 사랑 고백이 우리 가정을 이루고 그것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내는 소중한 시작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그의 진심이 때론 왜곡되고 제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욕먹고 창피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라도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닭울음 소리를 들으며 펑펑 울 줄 알고 ‘나를 사랑하느냐’는 예수님의 말씀에 그래도 응답할 줄 아는 그 소중한 삶을 살아낸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 베드로와 같이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진심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용기 있는 멋진 예수님의 제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조영진 목사(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회장)
◇조영진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회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목회자입니다. 서울장신대에서 상담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정신건강상담사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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