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중심적인 인간의 본질은 자기집착으로 전락하게 마련입니다. 이는 곧 자기 자랑으로 연결이 되는데요. 자기 의에 대한 도취가 그것입니다. 일부 인간 자체에 대한 혐오를 넘어 자기 혐오에 빠지는 인간도 있지만, 자기 혐오도 궁극적으로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본질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 자랑의 만족이 충족되지 않으니 그릇되게도 자기 혐오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지요. 인간은 왜 이렇게 자기 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무리 본질상 자기중심적이라고 하지만 무조건 나르시시즘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어쩌면 자기 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사회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기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해 보입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십시오. 죄다 자기 자랑의 연속입니다. sns라는 소셜 미디어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에 대해 성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제시하고 있을까요. 신약성경의 핵심적인 요소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이 의롭게 여겨주심’(칭의)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주제가 바울신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데요. 너무도 특이한 것은 ‘칭의’는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부터 주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이 이루는 자기 의에 대한 것에 관심이 없으십니다. 이것을 절대적으로 관통한 사람이 사도 바울입니다. 그는 철저히 자기 의와 싸웠습니다.
칭의를 전제로 하는 복음 사역에서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할만한 상황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런데 자기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도 심지어는 어리석은 일이라 할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율법의 의에서 해방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정수’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율법에 대한 바울의 해석은 당시 유대인과 유대인 그리스도인들과의 마찰을 불러왔습니다. 바울이 거짓 사도라고 부르는 자들이 그의 사역에 훼방을 놓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바울의 사도직에 대한 폄하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고린도교회도 이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신도 중에는 의심하고 편견을 가진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바울의 입장이 곤란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바울은 편안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거짓 사도들의 황홀경 체험이 사도의 자격이라도 되는 마냥 인식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14년 전의 자신의 얘기를 남 얘기하듯이 하고 있습니다. 거짓 사도들의 공격으로 난처하고 고린도 교인들에게 검증될만한 영적 경험을 밝히면서 얼마든지 상황을 모면할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적 경험들에 대해 함구합니다.
도대체 바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바울은 자신이 교만하게 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몸에 ‘가시’를 주셨다고 했습니다. 그 가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울은 그것이 떠나게 해달라고 세 번이나 주님께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바울에게 있어 하나님 경험은 바로 그의 ‘약함’에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능력이 언제 임하는지 그는 깨달은 것이지요. 그래서 그에게는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가 기쁨입니다. 그것이 그에게 강함이 된다는 사실을 그의 삶과 사역에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꼭 자랑을 해야 한다고 하면, 자신의 약점들을 자랑한 바울에게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약함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바울이 경험하면서 열거한 약함에서 그리스도의 기쁨을 누리십시오.
정희성 목사(희망의교회)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에 있는 희망의교회는 2022년 “모두가 주체가 되는 교회”라는 주제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가나안 성도 사역과 지구의 기후위기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고 함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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