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출신의 스티픈 수디프 미르(54) 목사는 2004년 12월 끔찍한 일을 겪었다. 당시 교회 전도사였던 그가 한 무슬림의 테러로 얼굴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은 것이다. 가해자가 총구를 입안에 넣고 방아쇠를 당기면서 잇몸과 치아, 턱뼈가 날아갔다. 설상가상 온몸엔 18군데나 흉기에 찔려 상처를 입은 채 하천에 버려졌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싱가포르와 태국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다. 2년에 걸쳐 간신히 얼굴 모양을 갖춘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목회 사역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교회 18곳을 세운 그는 현재 방글라데시 마이멘싱주 빅토리아AOG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
수디프 목사의 근황이 최근 다시 회자가 된 건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15년째 사역 중인 전필립(73) 선교사를 통해서였다. 수술한 지 20년 가까이 되자 뼈 대신 박아놓은 구강 내 플라스틱과 철사가 느슨해진 탓에 수디프 목사는 식사 때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식물을 손수건으로 밀어넣어야 했다.
이를 직접 보게 된 전 선교사는 지난해 여름 대학 후배이자 기독교천사운동연합 대표인 김수배(63)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011년 설립된 이 단체는 선교지와 목회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와 선교사 가정을 돕고 있다.
사연을 접한 김 목사는 수디프 목사의 한국행 비행기값을 전부 지원했다. 덕분에 수디프 목사는 지난 3월 초 한국에 입국했지만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파업으로 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난감한 상황도 간절한 바람과 사랑 앞에선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수디프 목사의 사연을 담은 영상이 우연히 치과의료선교회(대표 박호환 집사) 단톡방에 공유됐고 중앙대학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인 이의룡(47)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 집사에게도 포착됐다.
이 집사가 파악한 수디프 목사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안면 내부에 많은 총알 파편이 박혀 있었고 부정교합으로 생긴 무호흡증으로 숙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집사는 제일 먼저 광염교회 의료봉사단에 상황을 알렸고 이는 교회 성도들에게까지 전해졌다.
교회는 십일조 981만1604원을 선뜻 내놨다. 수술비 전액이었다. 결국 수디프 목사는 지난 5월 11일 이 집사의 집도로 중앙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디프 목사는 수술 후 아래턱이 제자리를 찾았고 깊은 잠도 청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사연은 최근 광염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공개됐다. 광염교회는 수디프 목사의 보철 치료와 (턱 교정용) 신장기 제거 수술의 비용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이 집사는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더 잘 쓰시기 위해 우리 교회를 사용하셨다”면서 “남은 치료가 잘 마무리되고 수디프 목사가 본국에 돌아가서도 건강하게 주님나라 확장에 쓰임받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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