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3시 대검찰청 기자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굳은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섰다. 이 총장이 발언하는 동안 대검 차장검사와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총장 주위에 서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검찰총장이 대검 참모 전원을 데리고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회견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 총장은 점심 식사도 거르고 입장문을 직접 작성했다. 이 총장과 대검 간부들은 기자회견 전 따로 회의를 열어 문구를 조정하는 등 협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총장이 간부 전원을 데리고 나선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의 부당성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간부들도 총장 발언에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총장 뒤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을 향해 36분간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이 총장은 “민주당은 ‘검찰과 법원이 악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며 검사를 겁박하고, 법원과 판사에게 외압을 가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탄핵 추진 대상이 된 검사 4명(김영철, 강백신, 엄희준, 박상용)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 부당성을 직접 설명했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 소속으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조카 장시호씨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탄핵이 추진되는 김 검사에 대해서는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집권한 정당이 그 국정농단 수사가 조작됐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강 검사와 엄 검사는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수사했고, 박 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등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이다. 이 총장은 “민주당의 탄핵안 첨부 참고자료에는 언론기사 외에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며 “명확한 탄핵 사유가 없는데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권세 있는 권력자를 수사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 강행에 검찰 내부도 하루 종일 들썩였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탄핵이 추진되는 검사들은 모두 팀장급 이상 검사”라며 “탄핵소추로 직무를 정지시켜 이 전 대표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누가 봐도 기각될 게 자명한 탄핵을 밀어붙이는 것은 검사들에게 겁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수사에) 지장이 없을 수는 없다”며 “제 뒤에 선 대검 간부들을 보내서라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 그것이 제 의무이자 소명”이라고 말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오늘 말씀하신 것에 개인적으로 동의한다”며 “특정 정치인 수사를 이유로 보복적으로 탄핵이라는 수단을 내거는 것은 탄핵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김건희 여사 수사 관련 서울중앙지검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저나 이창수 중앙지검장이나 통화하며 웃고 말았다.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형민 김재환 박재현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