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달부터 이미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등 기록적인 무더위가 예상된다고 한다. 여름철 무더위에는 누구나 건강을 신경 써야 하지만 노인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보고된 온열질환자의 29.5%가 65세 이상 노년층이었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50%는 60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노인들은 혈액 순환과 발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열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능력이 감소한다. 또 평소 복용하는 약물 때문에 무더위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노인들은 체온의 작은 변화에도 취약하다.
특히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을 지병으로 갖고 있으면 온열질환으로 인한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인지기능 저하나 거동에 장애가 있는 독거 노인의 경우 그 위험성은 급격히 증가한다. 무더운 환경에서 생기는 온열질환은 증상이나 심한 정도에 따라 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등으로 나뉜다.
열탈진은 흔한 형태로 땀을 많이 흘린 후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보충되지 않을 때 생긴다. 더는 체온을 정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경고다. 대표 증상으로 갈증, 두통, 어지러움, 메슥거림, 근육 경련, 피로감, 발열, 의식 저하 등이 있다. 열탈진에서 더 심해지면 체온 조절 능력이 상실되면서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열사병이 되는데, 빠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응급 상황이다.
무더운 환경에서 노인들은 낮에는 가능한 외출을 삼가고 운동도 새벽이나 해가 진 후에 무리하지 않게 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양산이나 챙 넓은 모자를 사용하고, 가볍고 헐렁한 밝은 옷을 입을 것을 권한다.
더불어 평소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샤워를 자주 하는 것이 좋다. 만일 무더운 환경에서 갈증, 두통, 어지럼증, 메슥거림 등 증상이 나타난다면 온열질환의 징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즉시 시원한 실내에 들어가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누워서 쉬어야 한다.
무더위에는 가정에서도 어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쪽방촌이나 주변 독거 노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
전 강북삼성병원장·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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