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합참의장 출신 장성 주도로 대통령궁을 일시 점거한 군사쿠데타가 3시간 만의 철군으로 끝났다. 쿠데타를 일으킨 장군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경찰은 26일 밤(현지시간) 쿠데타 주동자인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을 수도 라파스에서 체포했다. 수니가 장군은 이날 오후 3시쯤 보병·전차를 무리요 광장에 집결시킨 뒤 장갑차로 문을 부수고 대통령궁에 진입한 혐의를 받는다. 무리요 광장은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정부청사가 모여 있는 라파스의 중심지다.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에 들어가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과 대면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다”며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후 방송을 통한 대국민 긴급 연설에서는 “볼리비아가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와 각료들은 굳건히 서 있다”고 밝혔다. 군은 오후 6시쯤 철수했고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수니가 장군은 쿠데타를 시도할 때만 해도 “소수의 엘리트층에 장악된 조국은 무너졌다. 군은 민주주의 체제를 재구성해 국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경찰에 체포되자 말을 바꿨다. 그는 경찰 압송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최근 나에게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엉망이며 인기를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대통령에게 장갑차를 동원할지를 물었더니 ‘가져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시도가 아르세 대통령과 사전에 모의한 자작극이라는 얘기다.
수니가의 주장이 허위일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니가는 지난 25일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내년 대선 재도전을 용납할 수 없다’며 대선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합참의장직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2006~2019년 장기 집권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4선 이상 금지’ 결정으로 대선 출마길이 막혔으나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이로 인해 아르세 대통령과의 정치적 동맹 관계도 틀어졌다. 현지 일부 언론은 수니가가 아르세 대통령에게 충성하고도 내쫓기자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반 리마 법무장관은 엑스(옛 트위터)에서 “수니가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검찰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공격한 책임을 물어 수니가에게 징역 15~20년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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