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빅5 병원’ 중 서울대·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이 앞서 휴진을 철회한 것과 달리 휴진을 강행키로 한 것이다.
연세대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기한 없는 휴진을 시작한다”며 “이 결정은 국민과 환자, 학교에 피해를 주고자 함이 아니라 정부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26일 발표했다.
연세대의대 교수들은 “의료는 환자를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인간의 가장 숭고한 행위”라면서도 “환자와 가족의 불만과 불안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하는 환자들의 고통과 우려를 알지만 휴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대위는 입원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필수유지 업무는 유지하되 비중증환자의 외래진료와 수술, 시술에 대해 진료를 재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교수 개인의 결정으로 환자 진료 스케줄을 조정하기 때문에 전면 휴진에 돌입할 순 없지만 이 과정에서 환자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병원이 휴진을 보류한 가운데 강행하는 휴진인 만큼 휴진 동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교수는 휴가를 내고 휴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강제성 없는 휴진에 교수들이 대거 동참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교수들로선 환자단체들이 의료계 집단행동을 규탄하는 등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은 점도 부담이다. 이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 40여개 환자·보건·노동·종교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빅5 병원은 집단휴진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고, 전공의도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의사들의 이기적 행태가 사태를 4개월째 방치한 정부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과 최진섭 연세암병원장,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소속 교수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휴진을 만류한 바 있다. 4곳의 세브란스 병원장들은 서신에서 “우리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다. 환자 진료를 중단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예고대로 다음 달 4일부터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휴진이 강행될 전망이다. 이들은 세브란스병원 휴진 발표가 나온 직후 “아산병원 휴진 계획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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