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고 가실래요?”
지난달 초 방문한 서울지하철 4·9호선 동작역 인근의 동작경찰서 남성지구대에서 밥이나 먹고 가라는 김광춘(56·순찰 3팀장) 경감의 얘기에 자리를 잡았다. 갑자기 들른 손님뿐만 아니라 팀원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짓고 반찬을 준비해 내놓는 김 경감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 그럴 만한 이유가 하나씩 드러났다. 34년째 경찰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16년 전 어릴 때부터 당뇨를 앓아왔던 아내와 사별했다. 슬하에 남겨진 1남 1녀를 12년간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 같은 아빠’였다.
김 경감이 요리에 능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치 않은 두 자녀를 홀로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첫째 딸은 소아당뇨와 심부전증을 앓고 있고 둘째 아들은 2.5㎏의 칠삭둥이로 태어나 여러 번 생명의 고비를 넘긴 청각장애인이다.
시련의 한복판을 견뎌내며 살고 있는 김 경감의 표정이 어둡지 않은 비결은 신앙이었다. 그는 오래된 신자는 아니었다. 부모의 권유로 어린 시절 동네교회에 출석했지만 믿음은 없었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교회를 떠났다가 4년 전 재혼한 뒤 오병이어 교회(권영구 목사)에서 신앙생활을 재개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금요철야 예배에서 ‘오늘 집을 나서기 전 기도했나요’라는 찬양을 듣고 그동안 하나님을 찾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깊이 회개했다.
이후 휴가 날짜를 조정하면서 주일을 성수하는가 하면 쉬는 날에는 아내와 함께 동네 주민들에게 전도지를 배포하며 복음을 전한다. 그는 현재 교회의 교구 부목자로 6명의 새신자를 양육하고 있다.
30년 넘는 경찰공무원인 그가 신앙생활을 재개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경찰관이라는 직업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십자가의 길이고 전도의 사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출근 전 “귀한 한 생명을 보내주셔서 내게 맡기신 전도의 사명을 잘 이루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 그는 업무 가운데 가출 청소년과 자살 시도자, 가정폭력 피해자 등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한 이들을 수시로 만난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믿음 생활을 권한다. 김 경감의 생활 속 전도사역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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