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안보 위협”… 대러 수출 통제 확대·군사적 동원 시사

정부 초강경 대응 배경은

북 오판 가능성에 軍 대비 태세 강화
러와 소통 여하 따라 대응수위 조절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북·러를 강하게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북·러의 조약 내용이 ‘레드라인’을 넘어선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정부는 북·러 관계를 동맹 관계 격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 대상 수출 통제를 확대하고 군사적 수단 동원까지 시사하며 강한 압박에 나섰다. 북한에 대해서는 “러시아와의 조약에 고무돼 ‘경거망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군의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국가안보실은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이 공개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조약문 내용 전체를 분석·평가했다. 안보 당국자들은 “침략을 받으면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제4조 등이 심각한 안보 위협에 해당한다는 데 동의했다. 정작 전쟁을 일으켰던 북·러가 ‘피침’을 전제로 군사 협력을 정당화하는 내용에 대해 안보 당국자들 사이에서 “강한 규탄 성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약문을 모두 검토한 정부는 러시아의 행위가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종전까지의 한·러 관계에 변화를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지었다. 정부는 즉각 북한과 얽힌 러시아 선박·기관을 추려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품목을 1402개로 늘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 대응 조치는 지난 주부터 준비됐다”며 “(북 러 조약) 문안이 어떤 수준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수위별 대응이 정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도 언급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가장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압박이 될 만한 조치를 꺼내든 것이다. 정부는 그간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도, 한·러 관계 역시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를 얼마나, 언제 지원을 검토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진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살상이냐 비살상이냐를 다르게 분류할 여러 가지 방법도 있다”며 “(우리가) 미리 답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압박 목적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향후 러시아 측과의 소통 여하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측의 설명도 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북·러의 군사적 협력 내용이 ‘자동 군사개입’ 수위는 아니며, 1961년 북한과 소련 간에 맺어진 조약 수준에 못 미친다고 봤다. 군사적 개입이 결정될 때까지 유엔 헌장 51조, 국내법 규정이라는 두 완충 장치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안보 태세를 강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러시아는 특별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상황이나 처지가 아니다”며 “북한이 고무돼 오판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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