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뒷배 北 공세적 행동 가능성… 한·러 관계 전략적 관리를”

전문가들, 韓·中 관계 중요성 강조
“韓·美·日 맞대응 땐 도미노식 위기
러에 강경·유화책 동시에 진행돼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 정원구역에서 통역관만 대동한 채 산책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하고 북한 국견인 풍산개 한 쌍을 선물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냉전 이래 가장 강력한 수준의 군사동맹을 복원하면서 한반도가 진영 대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러 군사협력이 한·미·일 안보협력 수위를 높이고 이것이 북·러를 자극해 대립 구도를 고착화하는 도미노식 위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20일 북·러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한·러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해 안보 리스크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러가 19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는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내용이 담겼다. 1996년 폐기된 조·소 동맹조약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복원한 것이자 집단방위 원칙을 규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과 유사한 독자적인 군사동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CNN방송은 “북·러가 그들만의 나토식 군사동맹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은 이번 북·러 조약 체결을 큰 승리로 여기면서 러시아라는 확실한 뒷배가 생긴 만큼 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측면에서 본다면 위기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정찰위성 기술을 넘어 추가적인 핵·미사일 또는 재래식 무기 관련 기술을 지원할 경우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 역할을 키우고 한·미·일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은 이달 말 한반도 인근에서 미 핵추진항공모함이 참여하는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를 처음 실시한다. 미군 최신예 특수전 항공기 AC-130J ‘고스트라이더’가 참여한 한·미 연합 공중훈련도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이뤄졌다.

대북 억제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미 또는 한·미·일 군사훈련이 증강되면 북·러도 맞대응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연합훈련에 나설 수 있다. 자주노선을 강조해 온 북한은 그간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인 우방과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하지 않았다. 북·러 연합훈련이 실시된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군사동맹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한반도의 군사 위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음 달부터는 굵직한 외교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한·미·일 정상은 7월 초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나 북·러 군사협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7월 말에는 라오스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 협의체다.

일각에선 북·러 군사협력이 심화하지 않도록 러시아와의 전략 소통을 강화하고 대러 외교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전문가는 “북·러가 한·미동맹을 흉내 내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듯 극단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확장억제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유화 정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러 밀착을 불편하게 여기는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으로선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이 커지는 게 달갑지 않고 무역이나 경제협력을 위해 미국, 유럽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한·중 협력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향후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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