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휴머니튜드’의 도시 인천, 인간 중심 치매돌봄문화 이끈다

佛서 개발된 존중·교감의 철학
작년 5월 인천에 국내 첫 도입
市, 시설 종사자 교육 이수 강화
가정까지 행복한 돌봄 확산키로

‘치매 돌봄, 지역사회 협력이 답이다’를 주제로 지난해 11월 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시 치매관리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에서 휴머니튜드를 통한 인간중심 치매돌봄문화가 퍼지고 있다. 프랑스의 체육교사인 이브 지네스트와 로젯 마리스코티가 개발한 돌봄 기법인 휴머니튜드는 치매환자를 인간과 존중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을 핵심 철학으로 한다. 인천시는 2019년 열린 국제치매케어 워크숍을 통해 휴머니튜드를 소개한 뒤 2021년 프랑스의 관련 교육기관인 아이지엠(IGM)연구소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인천에 도입된 휴머니튜드는 1년여가 지나 인천의 공공치매관리시설 20곳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휴머니튜드의 마법

인천의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지난해 기준 4만6871명에 이른다. 지난 2018년 3만4429명에서 무려 36.1%(1만2442명)나 늘어났다.

이들 치매환자는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만 돌봄이 강요 또는 강제로 느껴지면 치매환자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휴머니튜드는 치매환자의 반응을 살피며 교감하는 관계성에 집중하며 ‘보다, 말하다, 만지다, 서다’ 등 4개의 기법과 150개의 세부 기술로 이뤄진다.

휴머니튜드에서는 시야가 좁은 치매환자와 시선을 맞추고 적절한 반응이 없더라도 말을 걸어 환자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또 피부로 느끼는 감각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행위는 치매환자의 불안감을 덜고 편안함·신뢰감·행복감을 높인다.

뇌세포 손실로 발생하는 치매환자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치매가 진행되더라도 감정은 끝까지 살아있다는 의미다.

특히 휴머니튜드의 궁극적 목표인 직립은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직립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으로 이어지며 치매환자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의존성을 줄일 수 있다.

먼저 지난 2014년 휴머니튜드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치매환자의 공격 행동 발생 빈도 저하, 돌봄 수용도 상승 등에 대한 관련 연구자료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인천형 돌봄 모델 근거 마련

시는 올해 전문기관 연구용역 의뢰를 통해 휴머니튜드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인천형 돌봄 모델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올해를 ‘휴머니튜드’ 확산·강화의 원년으로 삼고 가정에서 시설까지 인간중심 치매돌봄문화 정착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관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시는 우선 올해 말까지 공립요양병원, 치매안심센터, 치매전담형 주간보호센터 등 공립 치매시설 종사자의 기본교육(레벨1) 이수율을 60%까지 끌어올려 휴머니튜드를 강화한다. 현재 공립 치매시설 종사자의 34.5%가 기본교육을 이수했다.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종사자의 교육 이수율은 70%를 넘겼다. 국내 휴머니튜드 전문교육자 5명이 하는 기본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겸한 4일 과정으로 올해 총 14차례 예정돼 있다. 기존 기본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과 심화교육(레벨2)을 통해서는 돌봄 현장 구심점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성 유지를 위한 전문교육자(레벨3) 보수교육도 하반기 중 진행한다.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특강도 개설된다. 시는 치매안심센터 등록 치매환자 중 재가 거주 비율은 85.1%에 이르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휴머니튜드 정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공립시설을 이용 중인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휴머니튜드 기본 철학을 적용한 의사소통 이론과 실습 교육을 분기별로 4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조상열 시 건강증진과장은 “치매환자를 사람 그 자체로 존중하는 휴머니튜드는 모든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인천을 만드는 주요한 열쇠”라며 “치매환자가 존중받고 가족과 돌봄종사자가 행복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휴머니튜드를 확산·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휴머니튜드의 힘… “치매환자가 먼저 말 걸어줬다”
인천 동구치매안심센터 공무원인 이상현(오른쪽)씨가 치매환자와 눈높이를 맞추며 소통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국내 최초이자 인천 최초의 휴머니튜드 전문교육자가 탄생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전문교육자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주간 이론교육과 실습·기술훈련을 받았고 현재 휴머니튜드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전문교육자를 통해 배출된 기본교육 수료자는 지난해까지 172명에 이르고 각자 소속된 돌봄시설에서 휴머니튜드를 뿌리 깊게 전파하고 있다.

전문교육자로 활동 중인 김진옥 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간호원장은 휴머니튜드의 가장 큰 효과로 ‘좋은 돌봄’에 대한 가치 변화를 꼽았다. 김 간호원장은 “정말 좋은 돌봄은 돌봄종사자가 아닌 대상자 중심이어야 한다”며 “대상자가 가진 기능의 회복을 돕고 궁극적으로 대상자가 행복할 수 있는 돌봄이 진짜 좋은 돌봄”이라고 말했다.

휴머니튜드의 긍정적 효과는 기본교육 참가자와 치매환자 가족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8차 휴머니튜드 돌봄 기본교육 참가자인 동구치매안심센터 공무원 이상현씨는 실습 과정에서 휴머니튜드를 통해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치매환자의 모습을 본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치매환자가 먼저 말을 걸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휴머니튜드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 돌아가서도 바로 휴머니튜드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치매환자 가족인 김유경씨는 휴머니튜드를 통해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김씨는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로 병원에 입원할 당시에는 여러 환자 중 하나가 될 것 같아 두려웠다”며 “휴머니튜드는 어머니를 사람으로, 가족으로 대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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