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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마크롱 “내가 잘했으면 여러분 앞에 서지 않았을 것”

대국민 기자회견 열고 실정 인정
극우 득세 맞서 중도층 단합 촉구
중도 진영 설 자리는 작아지는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결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하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가 잘했으면 여러분 앞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극단주의자들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주고 싶지 않다”며 중도층의 단합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다면 아마 여러분 앞에 서 있지 않았을 것이고 의회를 해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나에게 책임이 있다. 사람들의 걱정과 두려움, 지위 상실감 등에 충분히 빠르게 응답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유럽의회 선거 패배를 언급하며 “일상의 어려움이 분노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류세 인상에 반대해 일어났던 노란조끼운동, ‘의회 패싱’ 논란이 일었던 연금 개혁 등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불통’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회 해산을 전격 선언한 것도 국민 분노에 응답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의 3분의 2가 의회 해산을 원하고, 국민의 50%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단주의자에게 투표했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7년 대선을 극우에 넘겨주고 싶지 않다”며 조기 총선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극우 세력을 꺾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기 총선 패배 시 사임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똑똑하다.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는다”며 “극좌와 극우 세력은 나라를 빈곤하게 만들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RN의 정책이 근로자와 연금 수급자를 궁극적으로 빈곤하게 만들고 국가경제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RN이 집권하면 여러분의 연금은 줄어들 것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치솟아 대출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양극단을 공격해 중도 성향의 여당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중도좌파 사회당은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공산당, 녹색당과 좌파연합을 구성하고 정당 간 선거구 배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중도우파 공화당은 RN과 연대 여부를 두고 당이 두 쪽 났다. 공화당 집행부는 전날 RN과의 연대를 선언한 에릭 시오티 당대표를 전격 제명했다. 그러나 시오티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결정”이라며 불복하고 있다.

팩트리서치센터의 정치 분석가 에르완 르쿠에르는 프랑스24방송에서 “총선은 결선투표에서 3자 경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세력은 좌파 연합과 극우 사이에서 가장 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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