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기법 중에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입니다. 몇 년 전에 코로나가 갑작스럽게 등장했습니다. 온 세계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가 3년 4개월 만에 종식되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것이 얼마든지 다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 즉 비상계획을 준비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합니다. 어떻게든 정교하게 계획을 잘 세워서 대비하려고 합니다.
오늘 말씀에도 그러한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바로 이스라엘의 왕, 아합입니다. 아합은 유다 왕, 여호사밧과 손을 잡고 아람 길르앗 라못을 되찾기 위해 아람 군대와 맞섰습니다. 그런데 전쟁에 앞서 아합의 마음이 꺼림칙했습니다. 미가야 선지자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말씀에 따르면 아합은 전쟁에서 지고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비상계획을 세웠습니다. 여호사밧에게는 왕복을 입으라 하고 자신은 일반 사병으로 변장했습니다. 만약 전쟁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질 수도 있기에 그때를 대비한 것입니다. 전세가 불리해지면 자신은 적국의 집중공격에서 벗어나고 여호사밧에게만 모든 공격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여호사밧의 장렬한 전사까지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후에는 유다까지 넘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합의 비상계획은 치밀하고 정교했습니다. 플랜 에이(Plan A), 플랜 비까지 완벽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를 용인하지 않으셨습니다.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아람 왕이 갑자기 특별한 명령을 내립니다. 오직 이스라엘 왕을 쓰러뜨리는 데에만 총공세를 명한 것입니다. 아람 군대가 이스라엘 왕을 찾다가 여호사밧을 보고 오해했습니다. 삽시간에 여호사밧은 포위됐고 그때 긴급하게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구원하셨습니다. 이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람 군인 한 사람이 무심코 허공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그런데 그 활이 아합을 향해 날아갔고 갑옷의 이음새 부분에 정확하게 명중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연히 일어났습니다. 아합은 큰 부상을 입었고 어떻게든 전장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맹렬한 전투 탓에 한 발자국도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처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합의 비상계획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치밀하게 작전을 짰지만 무심코 쏜 화살 하나에 다 무너졌습니다. 인간의 비상계획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플랜 비, 씨, 디를 준비해도 결국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도의 비상계획은 무엇일까요. 여호사밧처럼 하나님께 크게 부르짖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말씀대로 이루어질 줄 믿고, 하나님만 의지하는 것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면 우리의 마음이 무너지고 절망할 수 있습니다. 그때 반드시 기억해 내야 하는 것은 성도의 비상계획입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것을 신뢰하며 말씀에 대한 확신 속에 모든 것을 맡겨드려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성도의 비상계획을 기뻐하십니다. 한국교회의 비상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통해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오직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께 부르짖을 때 다시 한번 부흥의 때가 오게 될 것입니다. 어떤 상황과 형편에 있든지 성도의 비상계획으로 승리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성훈 목사(영은교회 5교구)
◇정성훈 목사는 영은교회 5교구 및 교우분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과 조직신학을 마쳤으며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전문대학원에서 목회신학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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