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승기 잡을 적기” 사피온·리벨리온 뭉친다

전격 합병… 연내 통합 법인 출범
경영·대표이사 리벨리온 담당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사피온과 리벨리온이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규모를 키워 대항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두 회사는 기업 실사, 주주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올해 3분기 합병 본계약을 맺고, 연내 통합 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통합 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담당하고, 대표이사도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맡는다. 지분 배분 등 구체적인 합병 방식은 논의 단계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합병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향후 2~3년이 대한민국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AI 반도체 기업 간 통합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전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겠다는 데 양사가 협의한 결과”라고 했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AI 가속기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NPU는 마치 인간의 뇌처럼 수많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칩이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한 사피온은 2022년 분사했다. 사피온은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였고, 지난해 11월에는 차세대 AI 칩 ‘X330’을 공개했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창립 이후 3년간 AI 반도체 ‘아톰’을 포함해 2개 제품을 출시했다. 현재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제품 ‘리벨’을 개발 중이다. 시장에서 리벨리온의 기업 가치는 약 8800억원으로 추산한다. 리벨리온은 KT의 전략적 투자 대상이다. KT는 합병 이후에도 리벨리온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KT 역시 기술 주권 확보와 세계적 수준의 AI 반도체 기업 탄생을 위해 합병 추진에 뜻을 모았다”고 했다.

최근 엔비디아를 필두로 인텔, AMD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은 AI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등 독주 체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 추진에 대해 “국내 AI 반도체 시장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뛰어넘기 위해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