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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국견 외교

손병호 논설위원


외교 현장에 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를 좋아하는 정상에게 이를 선물하면 호감을 살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런 케이스다. 그가 애견인이라는 걸 알고 일본 정부가 2012년에 일본을 대표하는 아키타 개를 선물했다. 푸틴은 지금도 이 개를 기르고 있다. 불가리아와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도 앞다퉈 푸틴에게 개를 선물했다. 푸틴은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한테 러시안 테리어를 선물해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과거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한테 웰시코기를 선물해 양국의 우정을 두텁게 했다.

남북도 그런 적이 있다.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진돗개와 풍산개를 주고받았다. 2018년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풍산개를 선물했다.

개는 회담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역할도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이 회담장에 자주 반려견을 데려나왔다. 반대로 푸틴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회담할 때 대형견을 등장시켜 메르켈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개에 물린 경험이 있는 메르켈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11일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최고지도자한테 현지의 국견인 양치기 개 알라바이를 선물받았다. 윤 대통령 부부가 애견인이란 걸 알고 생후 40일 된 알라바이를 특별히 준비한 것이다.

한국 정부도 개를 좋아하는 외국 정상들에게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주인한테 충성스럽기로 유명한 진돗개를 선물해도 좋고,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와 회담할 때 그랬던 것처럼 멋진 애견용품을 선물할 수도 있다. 10마리가 넘는 유기견과 유기묘, 은퇴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입양해 기르는 윤 대통령 부부의 반려동물 스토리도 외국 정상들한테 흥미로운 얘기일 수 있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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