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환아 몰려드는데 수익성 낮아… 대전어린이재활병원 운영난

작년 개원… 올해 64억 적자 예상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전경. 이 병원은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후 지난 4월까지 연인원 2만2943명이 치료를 받았다. 충청권 뿐 아니라 호남권·영남권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의 수도 1200여명에 달했다.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제공

지난해 문을 연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치료 환경 덕분에 전국에서 환아들이 몰려들고 있음에도 낮은 수익성 탓에 올해 64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국비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병원 건립 당시 이미 국비를 지원했다며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용객 늘지만 적자도 급증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현재 충남대병원이 수탁운영을 맡고 있다. 병원 문을 연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간 병원을 이용한 환자의 수는 연인원 2만2943명에 달한다. 대전지역 환자가 전체의 74.8%인 1만716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종 2350명(10.2%), 충남 1939명(8.5%)으로 뒤를 이었다. 언뜻 보면 충청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지만 호남권·영남권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의 수도 1200여명에 달했다. 개원한 지 불과 1년만에 중부권 이남의 핵심 의료시설로 자리잡은 셈이다.

진료과별 이용객의 수는 재활의학과가 2만17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외래 진료 인원은 1만5681명, 낮병동 이용 인원은 4437명이었으며 입원환자는 1159명이었다. 하루 평균 치료 환자는 외래 68명, 낮병동 20명이며 입원환자는 5명이다.

올해 예산은 총 92억원으로 대전시가 100% 지원했다. 92억원 가운데 인건비는 64억원, 운영비는 28억원으로 인건비의 비중이 다소 높다. 장애아동의 진료·치료뿐 아니라 교육, 복지 및 돌봄서비스도 통합적으로 제공하다 보니 인건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료 수익이 어느정도 올라와야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해 시는 국비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병원을 건설할 때 이미 100억원의 건설비를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어린이 재활 의료기관은 일반적으로 ‘건설형’과 ‘지정형’으로 나뉘는데 건설형은 병원 설립 시 건설비를, 지정형은 재활병원으로 지정되는 의료기관에게 운영비를 국비로 지원한다. 수도권의 지정형 의료기관은 연간 최대 7억5000만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이 충청권을 대표하는 권역 의료기관인 만큼 인근 세종시·충남도의 운영비 분담도 필요하지만 세종시와 충남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난해 30억원에 이어 올해 64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병원 나름대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시에서도 지출 절감 방안을 마련하고는 있다”며 “세종시와 충남도에 운영비를 분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공동부담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비지원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중부권 이남에서는 대전만이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며 “국책사업으로 시작했기에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다. 그래서 최근 정부에 국비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낮은 수익성 탓에 운영난 가중
병원 4층에 자리잡은 감각통합실 모습.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제공

어린이 재활병원의 치료는 대부분 1대 1로 진행된다. 낮에는 치료를 받고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낮병동은 대기 순번을 받아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이 개인의 특성에 맞춰 심혈을 기울여 치료해야 하는 만큼 치료 기간이 길고 과정은 촘촘하다. 일찍 치료를 받을 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에 치료의 ‘골든타임’도 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낮병동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다른 재활센터와는 다르게 소아치과 같은 필수 과목을 운영하고 입원환자까지 받고 있어서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치료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병원 자체 수익만으로는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건비는 줄일 수 없고 적자 폭도 상당한 만큼 병원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운영비를 줄이려 시도하고 있다. 휴가 등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내부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도입했고, 홍보물품 및 인쇄 등 소모성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최대한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국비 없이 시에서 지원하는 예산만으로는 운영이 빠듯하기만 하다.

최세휘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총무팀장은 “이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은 일반 병원과 달리 1대 1로 치료를 해야만 한다. 인건비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도입할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며 “필수 유지 인력의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치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비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이 좋은 병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병원의 안정적인 운영은 환아 가족들에게는 더욱 간절한 문제다. 뇌손상으로 편마비 증세를 보이는 26개월 딸과 함께 낮병동을 다니는 A씨는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다니면서 아이가 크게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시설이 정말 좋고 다른 병원과 달리 특수치료도 할 수 있어서 부모들이 선호한다. 선생님들의 실력도 정말 좋다”면서도 “선생님들이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에는 아이들이 치료를 쉬어야만 한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대체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공병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지만 적자가 엄청나다고 한다”며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될 것 같은데 문제가 개선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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