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배터리 업계, 글로벌 ‘특허전쟁’ 나선다

LG엔솔 등 배터리3사 특허 무기화
‘베끼기’ 중국 기업에 소송 제기
경쟁업체에는 특허사용료 부과


한국 배터리 업계가 특허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그간 확보한 기술력에 대한 법적 권한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해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특허권을 무단 침해하는 중국 기업에는 소송을 걸고, 경쟁 업체에 특허 사용료를 부과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셀 업체들은 중국 배터리 업계가 특허권을 무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대해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 기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채 일부 중국 업체가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셀 공급사를 선정할 때 타사 특허권 침해 여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는 지적재산권 존중”이라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합법적인 계약 없이 기술 침해를 지속하면 특허 침해 금지 소송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수익 수취 체계를 구축했다. 헝가리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인 튤립 이노베이션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의 리튬이온배터리 기술 관련 특허를 통합해 새 라이선싱(특허사용 계약)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튤립은 LG에너지솔루션이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특허 관련 협상 및 소송을 대신 진행하는 기관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21일 올해 처음으로 ‘IP(지식재산권) 페어’를 열고 특허 확보에 기여한 임직원들에게 상을 줬다. 최윤호 대표도 참석한 이 행사는 ‘특허가 미래다’라는 슬로건 아래 특허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특허 출원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특허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SK온은 새 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SK온이 중국에서 보유 중인 특허와 출원 대기 중인 특허를 모두 합치면 약 300건인데, 이 가운데 36건의 신규 특허를 지난달 승인받았다. 전체 중국 특허 중 10% 이상을 한 달 동안 취득한 것이다.

배터리 업체가 특허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로열티(라이선싱) 수익 창출로도 이어진다.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이 특허 사용을 허가하는 대신 받는 로열티 매출은 지난 1년간 57억9200만 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퀄컴 사례처럼 한국 기업들도 특허 장벽을 높이 쌓으면 발주처에 경쟁 업체의 막대한 특허 비용 지불 가능성을 거론함으로써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특허를 방어적으로만 활용하는 건 한국 기업이 ‘추격자’일 때 이야기”라면서 “특히 한국이 선두권에 자리한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에서는 특허를 활용해 후발 업체를 견제하며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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