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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자기장 흘려 뇌 자극… TMS+DTx로 경증 치매 치료 길 여나

뇌질환 ‘전자약’ 개발 활발

입력 : 2024-06-11 05:00/수정 : 2024-06-11 05:00
전류·음향 진동 등 물리적 자극
우울증에서 퇴행성 뇌질환까지
주사제·약물 대안 치료로 부상

'전자약+DTx 복합 치료제' 개발
세계서 첫 국내 임상시험 진행중
유효성·안전성 등 검증에 주력


전문의가 환자 모델을 대상으로 TMS 치료기 작동을 시연하고 있다. 머리 특정 부위에 전자기 코일 장치를 위치시켜 발생한 자기장으로 뇌신경세포를 자극하게 된다.

뇌질환 분야에서 '전자약' 개발이 활발하다. 자기장이나 전기(미세 전류), 음향 진동, 초음파 등 물리적 자극을 뇌에 가해 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주사제나 먹는 약물의 보조 혹은 대안 치료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우울증 전자약이 주를 이루던 국내 상황에서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 등 퇴행성 뇌질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부 전자약은 의료기기 허가용 임상시험(확증 임상) 단계까지 진입했다.

전자약은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게임, VR(가상현실) 같은 소프트웨어를 질병 예방·관리·치료에 활용하는 디지털치료제(DTx)와는 개념이 다르다.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주목

‘경두개자기자극(TMS)’ 기술을 이용한 전자약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는 머리의 특정 부위에 전자기 코일 장치를 두고 발생하는 자기장을 흐르게 해 뇌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추정 환자는 98만여명(추정 유병률 10.41%)으로 올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치매 환자의 75%는 알츠하이머성이며 42.9%는 경증에 해당한다.

이런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가 가능한 ‘TMS 전자약과 DTx 복합 치료제’ 개발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되고 있다. 헬스케어기업 ㈜에이티앤씨는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4월부터 5개 대학병원(동아대, 고려대안암, 충남대, 전북대, 전남대)에서 158명을 대상으로 해당 치료 시스템에 대한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의료기기의 확증 임상은 의약품의 임상3상에 해당하는 품목 허가 전 최종 단계다.

이종원 대표는 10일 “치매 신약은 2003년 이후 20여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제품이 전무할 정도로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또 최근 FDA 승인을 받은 ‘항체 신약’의 경우 치매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는 인정받았으나 뇌부종, 출혈 등 부작용 우려와 비싼 약값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먹는 약이나 주사제는 부작용과 미미한 효과 같은 한계가 있는 만큼, 대안 치료법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등장한 전자약과 DTx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개선에 한정돼 있는데, ‘치매 치료’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치매 치료 목적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거나 승인을 신청한 DTx와 전자약은 전무하다”고 부연했다.

치료 표적인 뇌영역만 활성화되도록 고안된 인지 훈련 프로그램(DTx)의 활용 장면이다.

에이티앤씨가 개발 중인 것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에선 유일하게 TMS 전자약과 인지훈련 DTx를 병용하는 치료 시스템이다. 우선 인공지능을 이용한 뇌 MRI 분석과 로봇 내비게이션 기술을 통해 환자의 뇌 영역에 최적의 치료 표적을 설정한 뒤, 해당 영역당 400펄스(하루 3개 영역 총 1300펄스)의 자기장을 흐르게 한다. 이와함께 6개의 뇌 영역별(표현, 이해, 언어 기억, 시각 기억, 계산·비교, 시공간 지각)로 치료 영역만 활성화하도록 고안된 DTx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받도록 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다.

그간 연구 임상 등을 통해 기존의 약물 복용과 인지 훈련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낮고 유지 기간이 짧은 반면, TMS에 DTx를 통한 인지 자극을 병행한 결과 치료 효과가 더 우수하고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충남대병원 신경과 이애영 교수는 2020년 국제노인학저널 발표 논문에서 ‘TMS+인지훈련 DTx 치료’의 장기간 효과를 최초로 입증했다. TMS 치료 실험군의 경우 간이치매검사(MMSE)와 임상치매척도(CDR-SB)에서 경증 치매 상태가 3년간 그대로 유지된 반면, 약물만 복용한 대조군은 중등도(중간)로 되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환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연말까지 중앙대광명병원, 한양대병원 등 5개 임상 수행 기관을 추가해 총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치료가 된다기보다 TMS를 사용해 자기장으로 특정 뇌 부위를 자극하면 인지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지, 혹은 TMS 자극만으로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 5일 6주간 총 30번을 받아야 하는데, 임상 참여 환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알츠하이머 치매는 이제 약물로만 치료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뇌 자극을 통한 치료가 정착되면 환자에게 최적의 방법을 찾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세 전류 흘려 경도인지장애 개선

TMS와 달리, 2밀리암페어(mA)의 미세 전류를 두피에 직접 전달하는 ‘경두개직류자극(tDCS)’ 방식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도 한창이다. 이마 위 두피를 통해 전류로 전두엽을 자극함으로써 전반적 인지 능력 개선을 꾀하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치매라고 할 수 없지만 인지기능 검사에서 같은 나이, 교육 수준, 성별의 정상인보다 기억력과 언어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2022년 대한치매학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경도인지장애 추정 환자는 약 254만명에 달하며 65세 이상에선 5명 중 1명이 앓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된다. 치매 진행 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이브레인은 2022년 4월부터 50세 이상 약물 치료 중인 알츠하이머성 경도인지장애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3곳의 대학병원에서 확증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아리바이오는 최근 새로운 개념의 ‘뇌 음향 진동 전자약’의 임상시험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독자 개발한 초소형 모듈을 통해 뇌신경 활성화와 뇌기능 개선을 돕는 특정 파장의 소리와 진동을 일으켜 뇌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경도인지장애를 포함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30명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된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의약품으로만 제한된 범위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약물에 반응 않는 환자들에게 비침습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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