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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 쫓겨나는 한국의 소액주주들

김주영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사모펀드, 우량 기업 경영권
확보 뒤 소액주주 축출 '유행'

이러니 '우량주 장기 보유'
투자전략 한국에선 안 통해

'이사가 주주에도 충실의무'
상법 조항 삽입이 해결책
22대 국회서 최우선 다뤄야

저평가된 우량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게 좋은 투자전략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전략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래 들고 있으려 했는데 난데없이 헐값에 축출당하는 소위 ‘스퀴즈-아웃(Squeeze-out)’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락앤락이라는 코스피 상장사가 있다. 유리 밀폐용기로 유명한 생활용품 제조사로 2017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락앤락은 밀폐용기 분야에서의 경쟁이 격화하며 부진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4880억원 넘는 이익잉여금이 있는 우량 기업으로 현재의 주가 수준이 장부가의 3분의 2로 저평가돼 있다. 그런데 락앤락의 대주주는 1차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85.44%로 늘린 후 똑같은 매수 가격으로 2차 공개매수를 실시하고 나섰다. 95%의 지분을 확보하면 자진 상장폐지나 소수주식 강제매도 청구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완전히 축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순자산가치에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이고 이익잉여금이 많아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며 공개매수에 불응하고 있지만 어피니티 측은 올해 배당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소액주주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아마 어피니티 측은 소액주주들을 축출한 이후에 고액 배당을 할 것이다. 사모펀드가 우량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소액주주들을 축출하는 것은 유행처럼 되었다. 최근에는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사 커넥트 웨이브에 대한 공개매수도 진행되고 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1차 공개매수를 실시했지만 소액주주들이 응하지 않자 2차로 공개매수를 시행하는 중이다.

소액주주들을 회사에서 쫓아내는 방법은 공개매수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 행사, 교부금 합병뿐만 아니라 1만 대 1 주식 병합과 같은 편법도 활용된다. 물론 공정한 가격으로 보상만 이뤄진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이 상장기업의 경우 시가를 공정하다고 보기 때문에 회사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주가가 낮아진 시점을 골라 소액주주를 축출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경영 합리화를 위해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거래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거래이므로 독립적인 위원회의 승인과 소액주주 과반수의 결의, 또는 완전한 공정성에 대한 입증이 없으면 이사들이 소송을 당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소액주주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공정가격이어야 하므로 우리나라처럼 저평가된 시가에 주식을 강제로 팔고 떠나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요즘 미국 주식이나 미국 ETF 상품에 대한 투자 열기가 대단하다. 미국 주식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회사가 잘되는 한 적어도 대주주로부터 뒤통수 얻어맞을 위험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라면 공개매수 와중에 배당을 않겠다는 말을 한다면 이는 당장 소송감이다. 회사의 이사들이 회사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주주 전체에 대해 충실의무를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사가 회사에 대해서는 충실의무를 지지만 주주에 대해서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회사에 손해가 없는 한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소액주주를 헐값에 축출하기 위해 배당을 안 해도 회사에는 손해가 있을 리 없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미국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기업설명회 직후 기자들에게 “개인 의견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무조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재계 및 학계 일부에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이 선언적 조항으로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하지만 우리 법원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를 부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은 실효성이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이민 가는 일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22대 국회는 상법 개정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김주영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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