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저출산 문제로 인해 우리 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출산장려금을 비롯해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 각종 경제적 혜택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과연 이런 호구지책으로 생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을 두시면서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습니다.(창 2:15) 우리말 성경에서 ‘경작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 ‘아바드’는 섬긴다는 뜻입니다. 에덴은 사람의 경작, 곧 섬김을 통해 지켜진다는 의미이며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이자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의 방식입니다.
사람은 부모를 통해 처음으로 섬김을 경험합니다. 부모의 섬김으로 인해 자녀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아름답게 성장합니다. 그렇게 성장한 자녀가 다시 교회와 세상을 섬기는 존재가 되며 그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가 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위임하신 삶이며 사명입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 이야기입니다. 박 선생이 열네 살 되던 무렵 그녀의 부친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습니다. 그녀의 성장기는 가정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상처로 얼룩졌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홀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녀가 일찍 결혼한 것은 일제의 일본군 강제위안부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방책이기도 했지만 아버지에게 빼앗긴 가정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혼 3년 만에 터진 6·25전쟁, 좌익으로 몰린 남편의 죽음, 거기에 세 살난 어린 아들마저 병에 걸려 죽고 맙니다. 서른 살 과부에게 남은 것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외동딸뿐이었습니다.
기구한 삶을 한탄할 여력도 없이 그녀는 은행에서 돈을 세는 일과 삯바느질로 생활을 연명해야 했습니다. 어린 딸이 없었다면 죽어도 여러 번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의 기운은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밤새 울었다가도 다음 날 새벽이면 딸의 울음소리에 어김없이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먹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어린 딸의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 어머니 박경리를 버텨내게 한 힘이었습니다. 이처럼 딸이 전해주는 생명의 온기가 오히려 박경리 삶의 아픔을 누그러뜨렸고, 밤을 지새워 소설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25년의 집필 기간을 걸쳐 탄생한 것이 한국 역사 50여년을 담은 한국 문학사의 대작 ‘토지’입니다.
박경리 선생은 생전에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내가 죽어 흙이 된 대지 위에 더욱 굳세게 자녀를 서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생명을 지속시키는 것이며 그 생명이 우리의 내일이며 미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것, 섬기는 것을 겁내서는 안 됩니다.” 그녀에게 삶과 글쓰기의 원동력은 생명 섬김이었습니다.
오늘날 저출산을 비롯한 가정의 문제는 물질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생명의 가치와 섬김의 사명이 회복되지 않는 한 그것들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입니다. 에덴을 경작하며 지키라는 명령, 곧 생명을 섬기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가 사명으로 깊이 인식할 때 그 회복이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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