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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사랑에 실패하지 말라


소아시아 서부 해안, 에베소. 이 도시는 20만~30만명이 모여 사는 거대한 도시였다. 정치 경제 종교 등 각 방면에서 중심 역할을 감당했던 이 도시에는 아르테미스(아데미) 여신을 숭배하는 거대한 신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신전을 중심으로 도시 경제가 돌아갈 정도로 여신 숭배의 기세가 대단한 곳이었다.

이러한 에베소 땅에도 하나님은 사도 바울을 통해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세우셨다. 그 후 에베소 교회는 수많은 시련을 견뎌내야 했다. 무엇보다 로마제국으로부터의 박해와 우상숭배의 유혹이라는 외부 위협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그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거짓 교사와 이단의 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시련은 에베소 교회뿐만 아니라 당시 소아시아 지역의 여러 교회가 같이 감당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교회들을 향해 그리스도께서는 말씀을 선포하신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은 바로 그 말씀을 전하기 위해 기록된 책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각 교회의 형편을 살피시고 말씀으로 교회를 통치하심을 발견한다.

예수님은 에베소 교회를 향한 메시지를 통해 무엇보다 그들의 행위, 곧 그들의 수고와 인내를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신다. 그들이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않고 사도라 자칭하는 거짓 교사들의 실체를 밝혀낸 일을 알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주님은 에베소 교회가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분투한 일을 치하하신다. 이처럼 예수님은 성도의 수고와 헌신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시고 기억하는 분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사랑, 곧 형제자매를 향한 사랑을 저버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망하신다. 건전한 교리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정작 성도 간 사랑은 차갑게 식어버린 모습을 주님은 꾸짖으신다. 바른 신학과 신앙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랑을 잃어버린다면 복음의 핵심을 놓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교회의 회개를 촉구하신다. 에베소 교인들은 자신을 철저히 돌아봐야 했다. 그리고 다시 처음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에베소 교회의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겠다고 예수님은 엄중히 경고하신다. 사랑에 실패한 교회는 모든 면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의 말씀인 것이다.

주님의 이 메시지는 오늘을 사는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우리 시대 교회가 마주한 현실도 에베소 교회를 비롯한 소아시아 교회들이 마주했던 상황만큼이나 녹록지 않다. 세속의 가치관이 교회 안으로 밀려 들어오고 각종 이단의 도전이 그칠 줄 모른다. 또한 혼란스러운 시류를 틈타 무질서한 은사주의와 왜곡된 종말론이 교회를 혼란케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음의 순수성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건전한 교리를 고수하는 일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러나 진리를 외치다가 우리 가슴이 냉랭해지고 만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교회에 맡기신 진리는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진리, 곧 삼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나오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진리를 외치면서 사랑을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다.

에베소 교회와 오늘날 우리를 향한 주님의 엄중한 메시지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께서 교회를 보호하고 다스리신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주님은 교회의 형편을 아시고 우리의 연약함을 아신다. 그리고 말씀으로 우리를 다시 일깨우신다. 예수님만이 진리이자 또한 사랑이시다. 그러므로 교회가 진리와 사랑으로 바로 서는 길은 날마다 예수님의 말씀을 더욱 의지하는 것 외에 없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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