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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미애 안 뽑았다고 ‘문화지체’라는 민주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추미애 당선인과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일 당 회의에서 한 말은 그가 제1당 수석최고위원인지, 극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대리인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는 회의에서 우원식 의원이 지난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꺾고 차기 국회의장 후보가 된 데 대해 소속 의원(당선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 의원이 잘하리라 생각하겠지만 당원들은 윤석열 정권과 맞짱 뜨는 통쾌감을 추미애를 통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끼리 결정한 걸 왜 당원들이 시어머니 노릇 하려느냐는 불만이 있는 의원이 있다면 시대 변화에 둔감한 문화지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선 결과에 배신감을 느낀 당원들의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위상과 역할을 깡그리 무시한 발언이다. 그의 말은 앞으로 의원들은 스스로의 판단보다 당원들의 거수기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둘째, 당원이 원하는 게 우선이지 다른 국민들 의중은 뒷전이라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럼 앞으로 민주당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강성 당원이 원하면 뭐든 밀어붙이겠다는 것인가. 셋째, 당원들이 비토한 인사라는 낙인을 찍어 ‘우원식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시도로 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소지가 역력하다. 아울러 소속 의원에게도 앞으로 강성 지지층 요구에 고분고분하라고 군기잡기를 한 셈이다.

이런 인식이 총선 결과가 오롯이 당원들이 이뤄낸 승리라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심각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여당 참패라는 총선 결과는 민주당이 잘하거나 그쪽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의지가 워낙 컸기 때문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주당은 ‘당원 공천혁명’이라고 말하지만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과 투기 의혹과 막말을 일삼은 부적격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은 얼마나 컸던가. 민주당 역시 총선 승리가 정부 심판 민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고, 이재명 대표도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일부 강성 당원들의 의중을 받들어 뭐든지 그들 원하는대로 하겠다는 것은 전체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런 식으로 ‘강성층 받들기’ 정치에 골몰하면 민심은 언제든 싸늘히 돌아설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게 당의 건전한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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