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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적 현안과 사법의 역할

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법원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최근 의대 정원 증원을 지지하는 여론이 다수를 차지하는 까닭인지 언론을 통해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기사나 기고가 다수 게재되었다. 사법부가 의대 증원과 같은 중요한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거나 사법부가 선출된 권력인 행정부를 압도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강공과 의료계의 파업으로 이어지던 의대 증원 문제는 의료계가 증원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신청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제1심이 신청인들에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집행정지신청을 각하했는데도 항고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이 정부 측에 2000명 증원 결정과 관련한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집행정지의 당부(當否) 판단을 염두에 두는 소송지휘를 함에 따라 관심이 집중됐다.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서울고등법원의 집행정지에 관한 결정이 사실상 정책의 계속 추진 여부를 좌우하게 됐다. 원고들의 신청이 인용됐다면 행정처분 취소 본안소송 결론이 날 때까지 정원 증원 처분의 효력이 중단되므로 당장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 정원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신청을 각하, 기각함으로써 증원 정책은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법리에 따른 타당한 결론이지만 그와 별개로 의대 증원과 같은 중요한 정책적, 사회적 현안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이 사법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관한 논란은 여전히 잠재해 있다.

현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정의 역할과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행정기관이 스스로 추구하는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가장 적절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자율성도 적법성의 틀 안에서 발휘돼야 하고 실체적·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돼야 한다. 행정작용이 적법성의 틀을 벗어났다거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허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법의 영역이다.

행정작용이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통제하고, 행정작용으로 인해 불이익을 입은 개인을 구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기본적인 책무다. 의회의 무능과 정치 양극화로 인한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법원이 어느 정도 관여할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어떠한 행정작용으로 인해 개인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침해받고 있다면 사법부가 그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중요한 정책 결정에 관한 것이거나 사회적 현안에 관한 것이라고 해서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주요한 사회적·정책적 현안에 관한 정책 결정권자로 기능하고 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이러한 사법부 역할 확대는 불가피하다. 사법부가 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감시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법관 인사도 중요하지만 재교육을 강화하고 전문법관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성 있는 법관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장기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법관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법원 설치를 확대하고 행정소송 절차 정비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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