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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퓨전 한복 단속

이동훈 논설위원


2011년 디자이너 이혜선씨가 한복 차림으로 신라호텔 뷔페식당에 들어가려다 한복과 트레이닝복은 출입금지라며 제지를 당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부진 사장까지 나서 이씨에게 사과해야 했는데 “한복은 위험한 옷”이라는 호텔 직원 설명이 더 큰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위험하다는 뜻이 손님들이 옷에 밟혀 넘어지는 걸 우려한 안전상 이유로 밝혀졌다. 그만큼 우리가 세계적으로는 자랑거리로 삼는 전통의상 한복이지만 실생활에서 입기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평상복의 지위를 잃고 K팝 스타들이 입고 가끔 무대에 오르거나 국제 행사 때나 착용하는 ‘특별한 의상’이 된 지 오래다. 활동하기 거추장스러운 전통 한복을 간편하게 만든 개량 한복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시들해졌다. 2022년 ‘한복 문화’라는 명칭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동물로 치면 멸종 위기종에 선정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우리나라가 한복을 멀리하는 사이 중국이 한복을 한족의 전통의상인 한푸라 주장하며 문화공정론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언론들은 한복 패션쇼를 소개할 때 여전히 한복을 ‘기모노 코레앙’이라고 부른다. 정부도 각종 국제 패션쇼를 지원하며 한복 알리기에 분투하고 있지만 요즘 1등 공신은 한류를 찾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닐까 싶다. 이들이 경복궁, 덕수궁 등 고궁을 방문하면서 빌려 입은 한복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고궁 주변에서 빌려 입는 건 중국 한푸 등과 구분이 잘 안되는 국적 불명의 ‘퓨전 한복’이 많다고 한다. 왕이 입는 곤룡포 위에 갓을 쓰거나, 여성 옷의 위·아래가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급기야 최근 문화재청에서 이름이 바뀐 국가유산청이 첫 사업으로 궁궐 일대 대여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전통 한복 입기’를 위한 계도 작업에 나서겠다고 한다. 민(民)은 외면한지 오래인 전통 한복을 업자들을 동원해서라도 복원해보겠다는 관(官)의 노력이 눈물겹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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