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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쿠팡에 면죄부 준 공정위, 경제주권 포기했나

예외 조항으로 김범석 이사회 의장
동일인 제외 굳히기…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처벌과 감시도 어려워져

쿠팡 본사.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자산 5조원이 넘는 기업을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실질적 지배자인 재벌 총수를 명시하는 ‘동일인’ 지정이 그 시작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어제 발표한 2024년 대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가 동일인에서 4년 연속 제외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논란은 2021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쿠팡이 대기업집단에 처음 올랐으나 그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이유로 통상마찰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자연인’ 김 의장 대신 쿠팡의 국내 사업지주회사인 ‘쿠팡㈜ 법인’을 동일인에 지정했다.

그간 전문가들은 김 의장의 동일인 배제는 ‘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기업집단으로 정의하는 공정거래법 제2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해왔다. 김 의장은 쿠팡㈜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차등의결권 부여로 실질 의결권은 76.5%다. 공정위는 올해 내·외국인에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며 법인을 동일인으로 하는 예외조항을 만들었지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 의문이다. 예외 조항 중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김 의장이 국내 법인 지분은 없어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총수 일가가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걸린다. 김 의장의 동생 부부가 쿠팡 Inc 소속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동생 김모씨는 지난해 초 소속을 쿠팡㈜에서 쿠팡Inc으로 바꿨을 뿐 여전히 파견 형식으로 쿠팡㈜에서 일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경영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예외로 인정해줬다는데 친족의 직위보다 실질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게 아닌가. 김 의장과 그 친족에 대한 사실상 특혜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특수관계인’마저 지정할 수 없게 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같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이번 예외 규정을 빌미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재벌 총수가 속출해도 공정위는 할 말이 없게 된다. 미국 눈치나 보며 경제주권마저 포기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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