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사진)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 전 위원장의 잇단 외부 활동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끊이지 않는다.
한 전 위원장 주변에서는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그가 당 위기를 수습하고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배한 장수가 지금 이 시점에 재등판할 명분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 참패 이후 당의 개혁을 이끌고 활력을 회복할 만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이 위기일 때 뒤로 물러나 있는 것보다 안정적인 관리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한 전 위원장에게도 정치적 자산을 쌓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 시절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어수선하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당을 수습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동훈 역할론’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은 것이다. 이 의원은 “짐작건대 한 전 위원장도 딱히 (전당대회에) ‘안 나간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한 전 위원장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정치 무대에 다시 소환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 전 위원장 재등판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적지 않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왜 선거에서 졌나. 정치를 몰라서 진 것 아니냐”며 “한 전 위원장 주도의 당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당 관계자도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나서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도 변수로 꼽힌다.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이 선거 기간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고, 총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는 등 사실상 ‘비윤(비윤석열)’ 노선을 걷게 됐다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당내 분란은 물론이고 당정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대표는 임기가 3년 남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면서 당 쇄신도 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며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대권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영남지역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20년 넘게 이어온 특수한 관계”라며 “일시적인 갈등이 있더라도 결국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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