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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데이트 폭력은 사적인 일 아니라 흉악한 범죄다


헤어지자는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충격적이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번 피의자는 수능 만점을 받은 의대생이다. 교제 폭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피의자는 사회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데이트 폭력을 ‘사적인 일’로 간과하는 동안 폭력은 살인으로 이어졌다. 이제라도 연인 간 강력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경찰은 서울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이별 요구에 앙심을 품은 남성은 흉기를 미리 구매한 후 피해자를 옥상에 불러내는 등 범행을 미리 준비했다. 지난 3월에는 이별을 통보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까지 중상을 입힌 일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전 여자 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하거나, 자신을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한 연인을 숨지게 하고,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를 살해한 일도 발생했다. 교제 폭력은 3년 새 55.7%나 급증했다.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지난해만 최소 138명에 이른다. 피해자 들은 이별 통보 후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협박을 당하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평소 가해자가 지닌 가부장적 사고와 여성차별적 인식이 영향을 미친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남성들이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성적 판단을 상실한 흉악한 범죄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동안 데이트 폭력은 연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졌다. 실제로 교제 폭력 가해자 중 구속 수사를 받은 비율은 수년째 1~2%에 그치고 있다. 개인 간에 해결해야 될 일이라고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았던 것인데,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제 폭력의 경우 스토킹이나 가정 폭력과 달리 접근 금지나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의 방법으로 가해자를 강제로 분리할 수 없다. 실제로 신변 위협을 느낀 여성이 두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접근금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갈비뼈가 부러지는 폭행을 당한 일도 있다. 피해가 경미한 단계부터 수사기관의 선제적 개입으로 잠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교제 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근거법을 마련해야 한다. 예방책을 촘촘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만큼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고 양형기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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