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국내 팬들의 애정은 식지 않자 이를 노린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다. 푸바오 굿즈(기념품)가 잇따라 품절 사태를 빚으면서 키링 한 개가 수십만원에 팔리는 등 과도한 중고거래까지 이뤄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푸바오 모습을 본떠 제작된 한정판 키링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푸바오가 머물던 에버랜드가 한 가죽업체와 함께 내놓은 제품이다. 해당 키링의 원가는 6만원이다. 그러나 최근 이 키링의 중고거래가는 80만원까지 치솟았다. 인터넷에는 1000개 한정으로 제작된 원가 5만원의 푸바오 메달을 20만원에 구한다는 판매 문의글도 쇄도하고 있다.
유료 제품뿐 아니라 공짜 굿즈까지 고가로 중고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일 에버랜드는 어린이날을 맞아 판다 가족 체험 갤러리인 ‘바오하우스’를 방문한 고객 가운데 선착순 500명에게 푸바오 스페셜 배지를 증정했다.
이 배지는 따로 기념품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다. 현재 이 배지도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최대 6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몰려든 인파 탓에 배지를 받지 못했던 30대 A씨는 7일 “무료로 나눠준 배지가 60만원에 팔리는 걸 보고 기가 찼다”며 “에버랜드 측에서도 이런 장면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 제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 팬들은 어린이날 에버랜드의 부실한 행사 관리도 비판했다. 에버랜드 측은 사전에 1인당 배지 1개씩 지급한다고 공지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한 사람이 입장권을 여러장 구매하는 방식으로 중복 수령하는 일이 벌어졌다.
푸바오 굿즈 과열 양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일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날 에버랜드가 방문객에게 무료로 나눠준 깃발도 최대 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푸바오 기념품이 속속 동나자 일부 팬들은 저작권을 위반하면서 공식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에버랜드 동물원 공식 카페 ‘주토피아’에는 푸바오 배지 도안을 활용한 공동구매 진행 수요조사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투표했지만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굿즈 가격이 몇 배로 뛰어 거래되는 것에 대해 기업도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도 과도한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자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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