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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1대 국회, ‘민생+합의’ 법안은 최소한 처리해야

7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장에 야당 의원들이 참석해 앉아 있다. 여당 의원들과 정부 측 인사들은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불참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임기가 20여일 남았다. 27일 혹은 28일쯤 마지막 본회의가 열릴 것이라 한다. 시간이 없어 의원들이 밤샘을 해서라도 산적한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여야 의원들의 막판 외유성 출장이 줄을 이으며 민생 법안들이 줄줄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 여야 의원 6명은 지난 4일 우즈베키스탄과 일본 출장 차 출국했다. 의원외교 때문이라는데 이 시기에 어떤 현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총선 낙선자들이 포함된 팀은 보건의료 연구차 9일부터 탄자니아를 방문한다. 평소 으르렁대던 여야가 국민을 위한 숙제는 외면하고 외유에는 찰떡궁합이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1만6034건이나 된다. 평소 여야가 법안 처리를 잘 해왔으면 모르겠지만 21대 국회가 발의한 법안 중 처리된 건 36.6%에 불과하다. 역대 최악인 20대 국회(36.4%)와 별 차이가 없다. 계류 법안 상당수가 휴지 조각이 될 운명에 놓인 셈이다. 특히 여야 이견이 별로 없는 법안들마저 당내외 사소한 신경전으로 통과가 불확실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용후핵연료 시설 설치 근거 등을 마련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은 최근 여야 원내대표가 처리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의 몽니로 여전히 상임위에 멈춰 있다. 반도체·2차전지 등에 시설 투자를 하면 15~25%의 세금을 돌려주는 ‘K칩스법’ 제도의 일몰(올해 말) 연장도 총론에는 여야의 뜻이 일치함에도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필요한 법관증원법도 존폐 기로에 있다. 판사 증원에는 이견이 없지만 판·검사 정원을 같이 늘리자는 여당과 판사만 늘리자는 야당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다. 민생과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렇게 무책임할 순 없을 것이다.

정쟁거리가 아닌 국가 경쟁력에 필요한 법안들이 표류하는 것도 보기 안타깝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통해 인공지능(AI) 산업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AI 개념을 규정하고 산업 육성 방향을 제시하는 기초 단계인 ‘AI 기본법’마저 자동 폐기될 판이다. AI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도 상임위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쟁탈전에서 낙오하는 시대다. 입법 폭주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21대 국회는 민생 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를 해 달라는 요구가 그토록 무리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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