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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에 선 기후 정책… 기후위기 대응 숙고의 계기되길

국내 첫 기후소송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에서 23일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렸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이후 비슷한 청구가 3차례 더 제기됐고 헌재가 기후소송 4건을 합쳐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정부·공공기관에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2013년 환경재단 우르헨다가 시민들과 함께 네덜란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후위기를 막기에 부족하다며 제기한 소송이 계기가 됐다. 1·2심과 대법원이 모두 이들의 손을 들어줘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을 확정한 판결로 기록됐다. 지난해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주 정부가 화석연료 생산을 승인해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했다며 청소년 1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9일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스위스의 소극적 정책이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정하라고 명령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며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5월에도 한 차례 더 공개변론을 열고 심리한 뒤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정책의 영역에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 과정이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의회와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송 과정 자체가 정책당국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이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숙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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