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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25전쟁 전후 종교인 학살 첫 확인… 피해 회복 지원해야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전북 정읍시 소성면 두암교회를 방문해 순교기념탑을 살펴보고 있다. 국민일보DB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6·25전쟁 시기를 전후해 종교인 약 1700명이 학살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전날 열린 제76차 위원회에서 6·25전쟁 당시 인민군 등에 학살당한 전북지역 기독교인 104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피해 회복과 추모 사업 등을 지원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당시 종교인에 대한 학살이 정부 차원에서 규명된 것은 처음이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전북 기독교 희생사건은 1950년 7~11월 발생했다. 희생자 중에는 ‘국내 1호 변호사’로 알려진 홍재기 변호사와 제헌 국회의원 2명(윤석구·백형남)도 포함됐다. 교회 직급별로는 일반 교인이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집사(23명), 장로(15명), 목사·전도사(6명) 순이었다. 특히 인천상륙작전 이후 인민군 퇴각기인 9월 28일쯤 전체 진실규명 대상자 104명의 57.7%(60명)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기독교인들이 1945년 광복 후 공산주의를 피해 월남하거나, 우익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좌익 세력의 타깃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예배당 사용을 두고 교회와 인민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으며, 기독교가 미국 선교사와 가깝게 지내 ‘친미 세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아울러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의 ‘6·25사변 피살자 명부’ 등 공적 자료와 교회, 교단 기록을 토대로 전국에서 학살된 종교인 약 1700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파악했다. 진실화해위는 향후 종교·지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종교인 학살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광복 이후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까지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기독교인 등 종교인들이 적대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진실화해위가 2022년 5월 직권조사에 착수해 첫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국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정부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희생자 가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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