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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국내 일자리 영향 없어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4억 달러(8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키로 하면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근간으로 한 보조금 727억 달러 책정이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밑그림이 완성됐다. 삼성전자 보조금 규모는 미국 인텔(85억 달러)과 대만 TSMC(66억 달러) 지원 규모로 볼 때 미 정부가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믿고 제대로 대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 주도 공급망에 편입되면서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미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보조금 지급 대가로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로 투자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새 일자리가 2만1500여개 생겨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중 건설 분야를 뺀 반도체 일자리는 4500개 늘어난다. 이는 2022년 삼성전자 북미 지역 근로자의 16% 수준으로, 국내에서는 잠재적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 우려되는 건 우리 기업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주도권을 미국에 내주고 부품을 대는 하청 역할에 그칠 경우 미래 산업 설계까지 휘둘리는 지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경기 용인시 등에 622조원을 들여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늉에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 메가 클러스터 조성이 반도체 기업 지원보다는 고속도로 건설 및 택지지구 조성, 철도망 구축 등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개발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우려에서다. 외양만 화려하다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첨단산업 공장과 고급인력이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의 4분의 1도 안 되는 보조금을 늘리는 등 실질적인 지원으로 경쟁력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생산 장비 투자에 그친 첨단산업 세액 공제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인프라 설비에 대한 공제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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