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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쇄신하려면 尹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해 민의를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용산 참모진은 사의를 표명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합쳐 175석을 얻고, 여당이 108석에 그친 총선 결과는 단순히 참패라고만 하기엔 부족하다. 이 정도면 사실상 국민이 윤석열정부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못마땅하긴 마찬가지인 야당을 밀어줘서라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상황이 이러면 국정운영 방식을 다 뜯어고쳐야 함은 물론, 인적 쇄신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뭘 어떻게 쇄신하느냐다. 국민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린 건 무엇보다 민심을 거스르는 윤 대통령의 독단과 불통 때문일 것이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운영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기자회견도 없었고, 부인의 명품백 수수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사과나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수사 대상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한 것이나 ‘회칼 테러’ 망언을 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뒤늦게 경질한 것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이 이런 일방적 국정운영을 사과하고 더 낮은 자세로 민의를 받들면서 소통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총리나 용산 참모진도 교체해야 되겠지만 윤 대통령 본인부터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지금의 성난 민심이다.

수직적 당정관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여당을 누르기만 할 게 아니라 밑바닥 여론을 전달하는 창구로 당을 존중하고, 당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권 경쟁에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도 앞으로는 대통령한테 할 말은 하고, 대통령실이 잘못하는 게 있으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지만, 굴욕적 당정관계와 잘못된 국정운영을 방치해온 여당의 잘못도 크다.

윤 대통령이 남은 3년의 임기에 국정 동력을 얻으려면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일이 됐다. 형식을 따지지 말고 제1야당 대표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교육·연금·노동 등 민감한 개혁 과제들은 물론, 평범한 법안 하나도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 연립정부까지는 아니어도 야당에 총리나 장관 등을 추천받거나 정책 제안을 받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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