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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대 악마화’ 올인 총선, 타협의 정치 복원은 요원한가


22대 총선은 막판까지 온갖 비정상이 난무했다. 여야 모두 참신한 인물을 발굴하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 막말과 혐오를 부추기거나 이를 헐뜯는 네거티브로 일관했다. ‘상대의 악마화’에 열을 올리면서 팬덤과 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졌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복원될지 우려된다. 한국 정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번 총선은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기록될 것 같다.

여야는 21대 총선 때 기형적으로 등장한 위성정당을 또다시 불러내 유권자를 우롱했다. 폐지 약속을 어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책임이 크지만 거대 양당 모두 경쟁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소속 의원들을 꿔주는 편법을 동원했다. 득표율 3%만 얻어도 의석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급조된 정당이 38개에 달했다. 정작 유권자들은 원내 1, 2당의 이름이 인쇄되지 않은 비례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어디에 기표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이판사판’(지역구는 2번 국민의 힘, 비례대표는 4번 국민의미래), ‘이팔청춘’(지역구는 2번, 비례대표는 8번 자유통일당) 같은 구호가 난무할 정도로 정당의 정체성과 차별화는 실종됐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치권의 이런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민주당은 선거 승리를 예상한 탓인지 양문석, 김준혁 등 일부 문제 후보들의 사퇴 압력을 외면했다.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빠져있다면 오산이다. 민주당이 벌써 오만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위원장의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윤 대통령 집권 이후 4번째 비대위가 들어선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권성동, 나경원 후보 등 당내 중진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지만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하다.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야당에 밀린 건 윤석열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실망감 때문이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를 관리하지도 못했다.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그렇더라도 이 대표가 대파를 들고 투표를 독려하고, 한 위원장이 이 대표의 욕설 테이프 소환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정치를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것이다. 정치가 품격을 잃으면 정치 혐오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여야 지도부는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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