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중동발 유가 상승… 경제 불확실성 심상치 않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유가 움직임이 심상찮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1.17달러에 거래를 마쳐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올 들어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18%, 21% 급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8~9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던 우리나라로서는 유가 상승세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모처럼 수출 회복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내 경기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에 총선 후 당국의 각별한 대응이 요구된다.

유가 불안은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의 피폭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이스라엘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한 이란 측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해외 주재 대사관들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스라엘은 “어떠한 상황에도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고 맞받았다. 중동 군사강국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중동 내 확전은 불가피하고 오일쇼크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우리가 전량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는 중동산이어서 중동 불안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14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농산물 물가와 함께 3%대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한 터에 최근의 유가 흐름은 4월 이후 물가상승세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환율마저 연일 고공행진(원화가치 하락)을 보여 고물가 제어도 쉽지 않다.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고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실현되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낮춰 저성장 탈출을 꾀하는 게 경제의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유가 급등세는 이런 바람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고유가는 무역수지 악화, 소비 둔화를 야기해 수출 호조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으로 이어져 금리 정책을 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엔 물가가 2%대로 안정될 것으로 낙관하는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총선 기간 대파 논란에서 보듯 물가는 민생의 기본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각오로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취해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