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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 모녀 ‘老老 간병’ 비극, 제도적 허점은 없었나


치매를 앓던 90대 어머니가 사망하자 그를 돌보던 60대 두 자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간병 부담을 이기지 못한 치매 환자와 가족이 함께 비극을 맞은 사건이 올초에 이어 또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 안전망 밖에 있었다. 내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간병’은 더 늘어날 텐데, 간병인을 위한 제도에 허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난 6일 서울 강동구에서 90대 치매 환자와 6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 주민은 두 딸이 어머니를 돌보며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전국 시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환자의 가족을 위한 다양한 심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들은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직접 지원 사업을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 사각지대에 남겨지는 현 시스템은 한계가 크다. 이들이 긴 간병으로 인해 목숨을 끊을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왜 국가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도 들여다 봐야 한다.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88만여명이다. 이중 전국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50여만명. 약 38만명이 미등록 상태로 정부의 치매 지원 서비스 밖에 남아있다. 그런 만큼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간병으로 고통받는 위기 가구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치매 환자를 잠시나마 대신 돌봐주는 ‘치매가족휴가제’가 있지만 상당수는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초고령 사회가 된 일본은 노노 간병이 일상화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노노 간병은 간병인의 육체·정신적 부담이 크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결국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무너지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방치하다가는 사회적으로 큰 불행이 된다. 간병비 부담 완화 대책을 비롯해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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