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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알레르기 질환처럼… 아이들 비만도 ‘아·천센터’서 잡는다

질병청 ‘비만예방·관리지원팀’
내년부터 아·천센터내 신설

초·중·고 비만율 코로나 이후 18.4%
고지방·고열량 식품 섭취 등 영향

전반적인 신체활동 감소도 큰 원인
정부, 아·천센터 성과 벤치마킹
전국 10여곳 4~5명 별도 인력 배치
어릴적부터 건강 생활습관 실천과
학생·학부모에 맞춤형 교육 진행
유관기관 연계·협력도 적극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아동·청소년 비만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아이들의 비만 수준은 더욱 나빠진 상황이다. 이 시기 비만은 성조숙증이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조기 예방·관리가 강조된다. 하지만 국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비만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연계 없이 단기적으로 운영되거나 유사한 내용이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중복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협력 거버넌스’ 강화를 통한 생활 밀착형 예방·관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비염, 식품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급성 쇼크) 등 5대 알레르기 질환 관리를 위해 시·도에서 운영 중인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일명 아·천센터)’가 성공적인 롤모델로 꼽힌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내년부터 지역 아·천센터처럼 비만 예방·관리를 위한 컨트롤 타워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어릴 적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관계 기관 간 연계·협력을 적극적으로 중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코로나 이후 아이들 비만 더 심각해져

교육부 학생건강검사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생 비만율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 14.4%에서 지난해 18.4%로 높아졌다. 남학생은 같은 기간 5.4%포인트(16.4%→21.8%), 여학생은 2.6%포인트(12.3%→14.9%) 상승했다. 초등생의 비만율 상승 폭이 5%포인트(13.3%→18.3%)로 가장 컸고 중학생(3.4%포인트), 고교생(3%포인트) 순이었다. 또 농어촌 지역 비만율(22.4%)은 도시 지역(17.7%)보다 훨씬 높았다.

아동·청소년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지방·고열량 식품 섭취 증가, 배달 음식 선호 등 식문화의 변화, 바쁜 학업 일정으로 인한 아침 결식률 증가, 전반적인 신체 활동 감소 등이 꼽힌다. 여기에 자녀 식생활에 대한 불충분한 지원, 건강 관리가 우선순위에서 학업·입시 등에 밀리는 문제, 낙인으로 인한 자기 주도적 비만 관리의 동기 부족 등 사회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정부 여러 부처나 지자체들이 만성질환 관리, 통합건강증진사업 등을 통해 학교 기반의 비만 예방 프로그램, 미디어 캠페인, 어린이 식생활 관리, 건강 친화적 환경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질병청의 용역 연구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국가 사업의 경우 전 학년 대상 통합 프로그램,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사업이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취약 계층 대상 사업이 존재했으나 일시적, 단편적 지원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의료기관과의 연계, 즉 치료적 개입이 부족했다. 지역 사회 학교, 보건소의 사업은 내부 부서 혹은 유관 기관(체육 시설, 영양·식이 교육 기관, 복지 기관)과의 연계성이 낮았다.

질병청 용역 연구 책임자인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8일 “우선 아이들 비만 관리는 부모와 가족, 당사자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비만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고 해결 의지는 있으나 환경과 상황이 안되거나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보건소 등 지역 기관에선 사명감과 관심을 가진 일부 선생님, 담당자들에 의해 관리가 이뤄지고 있긴 하나, 연구결과 새로운 프로그램의 구성·운영 및 시간 편성의 어려움, 대상이 되는 아동·청소년의 참여 부족, 전담 인력 부족, 예산의 제약 등이 애로점으로 조사됐다”고 부연했다.

현행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관리의 역량 강화를 위해선 중앙 부처 간 협업 거버넌스의 확립과 함께 지역 사회 단위 내 자원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유기적인 연계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연구 보고서의 결론이다.

지역 주민 호응도 높은 아·천 센터

이런 방식의 운영으로 호평받는 사례가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다. 알레르기 질환도 비만과 마찬가지로 소아기 때 적절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되면 성인기에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잦은 재발과 증상 악화로 응급실·입원 치료 반복, 학교 결석 및 직장 결근 증가, 의료비 부담 등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조기 발견과 적정 치료, 지속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질병청은 2008년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시·도별 아·천센터를 지정해 지역 주민의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 고취, 개인·사회적 적정 관리 능력 제고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10개 시·도에 아·천센터가 운영 중이며 올해 1곳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센터에선 아토피·천식 안심학교 운영 지원, 학부모·학생·교사 및 지역 주민과 보건소 담당자 대상 알레르기 질환 예방·관리 교육, 교육·홍보 콘텐츠 제작·배포, 질환 전문 상담, 지역 네트워크 구축 및 연계 서비스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운영 중인 경기도 아·천센터의 장윤석 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과학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의 제공과 홍보·교육을 통해 질환을 더 잘 관리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센터장은 “특히 119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천식, 아나필락시스 등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에 대한 대처법을 교육해 오고 있다”면서 “아나필락시스 인지도 평가 결과, 교육 전 40점에서 교육 후 90점까지 높아지는 성과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신청을 통해 지정되는 ‘아토피·천식 안심학교’에 대한 호응도 높다. 안심학교는 교내 알레르기 환아 현황 파악 및 관리 체계를 만들고 개별 위험 요인, 의사 권고사항, 아나필락시스 등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3724개(어린이집·유치원 2861개, 초등교 736개, 중·고교 125개, 특수학교 2개)의 안심학교가 운영 중이다.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가 알레르기 질환 가족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위). 학생들이 아나필락시스 발생 시 에피네프린 주사제 투여 응급처치 교육을 받고 있다. 김명숙 보건교사 제공

2013년부터 안심학교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 상현초등학교 김명숙 보건교사는 “질병청과 아·천센터에서 보급한 교육 자료를 활용해 학생, 학부모에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알레르기 주간 운영, 학부모가 저학년에게 아토피 책 읽어주기(리딩 맘), 고학년-저학년 아나필락시스 멘토링 동아리 운영을 통한 응급상황 대처 실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식품 알레르기나 아나필락시스, 천식 발작 등의 경험 학생이 있는 학급의 담임 교사는 물론 인근 반 교사도 응급 대처법을 교육받고 보건실에는 강심제(에피네프린 주사제)를 항상 비치해 두고 있다. 지금까지 인명 사고는 없었다”며 만족해 했다.

관계 기관 연계 “비만 궁극 해결”

질병청은 이런 알레르기 질환 예방·관리처럼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건강한 습관을 실천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지역 사회와 학교 중심의 비만 관리 프로그램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시·도 아·천센터 내에 4~5명의 별도 인력으로 구성된 ‘(가칭) 비만예방관리지원팀’을 신설하고 해당 지역 아동·청소년의 비만 관련 취약점, 수요에 걸맞은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 학교,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자립지원기관 등의 관련 담당자 대상 교육을 통해 올바른 생활 습관 실천 및 상담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학부모 대상 온라인 교육(e-class)을 활성화해 가정 내 건강한 식품 선택 및 식습관 실천, 신체 활동 관련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잘못된 내용은 바로잡는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아울러 지역 사회 내 유관 기관 간 협조 체계 구축을 통해 각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공유하고 자원을 공동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기 위한 예산 확보에 힘쓰겠다”고 했다.

홍용희 교수는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가 굉장히 잘 운영되고 있다. 비만은 알레르기 질환보다 더 많고 심각하다. 하지만 병원에서 비만을 다 해결할 수 없고 집이나 학교 등 일상에서 관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의 지역 사회 비만 관리 사업이나 프로그램들은 수행 기관 간 코디네이션(조정)이 잘 안돼서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실정으로, 중재를 해 줄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홍 교수는 “아이가 비만이면 부모나 학교가 어디 가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컨트롤 타워 조직이 지역 사회 내 자원을 잘 엮어줘야 한다. 식단의 문제면 영양·식이 솔루션 기관, 운동 부족이 문제면 체육 시설, 가정 환경 문제면 복지 기관과 연결해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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