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 가구 입찰 10년 담합 31개사, 931억 과징금 맞았다

입찰 참여 전 낙찰 예정자 등 합의
주사위 굴리기 등 다양한 방식 동원
한샘 “책임 통감, 윤리경영 실천할 것”

공정거래위원회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빌트인 특판 가구 구매 입찰에서 총 31개 사업자가 사전에 낙찰예정자 또는 입찰가격 등을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931억 원(잠정 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샘, 현대리바트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아파트 빌트인(붙박이) 가구 입찰에서 10년간 대거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이같은 빌트인 가구 담합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의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공정위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담합한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에 과징금 총 931억2000만원(잠정치)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7일 밝혔다. 빌트인 특판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다. 이 비용은 아파트 분양원가에 포함된다.

담합행위에 가담한 기업은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한샘넥서스 등 31개사다. 사업자별 과징금액은 한샘 211억5000만원, 현대리바트 191억2200만원, 에넥스 173억9600만원 등이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4개 국내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 입찰에서 담합을 벌였다. 국내 건설사들은 특판가구를 살 때 등록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한다. 통상 최저가 입찰업체와 계약이 이뤄진다. 적발된 가구 업체들은 이 같은 경쟁입찰에 참여하기 전 모임이나 유선 연락 등을 통해 낙찰 예정자, 들러리 참여자, 입찰가격 등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낙찰을 받기 위해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등 다양한 방식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우건설이 발주한 입찰에선 사전에 모여 주사위 2개를 굴리고, 숫자가 높은 순서대로 이후 공사에서의 낙찰 순서를 결정했고, GS건설의 특판가구 구매 입찰에선 제비뽑기 방식을 사용했다.

이렇게 결정된 낙찰 예정자는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들러리 업체에 견적서를 전달했다. 그러면 들러리 업체는 견적서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 내는 식으로 담합행위에 가담했다. 낙찰 예정자가 명시적으로 정해지지 않을 때면 수주를 원하는 업체가 다른 업체에 “더 높은 가격으로 써 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담합을 통해 이들 업체가 올린 관련 매출액은 약 1조9457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이런 담합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구업체들이 원가율 대비 약 5% 정도 이익을 얻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면서 “특판가구 원가가 84㎡ 평형 기준 500만원 정도다. 가구당 분양가를 약 25만원 더 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사과문을 내고 “담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을 거듭나기 위해 윤리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법무 조직을 충원하는 등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행동강령도 함께 발표했다.

공정위는 70개 중소형 건설사가 발주한 입찰에서도 특판가구 담합 여부를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황 국장은 “올해 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문수정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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